현대차, 19년만에 경차시장 재입성…"기아차·한국GM에 도전장"

현대자동차가 '광주형 일자리'로 만들어지는 새 완성차 업체에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을 위탁해 19년만에 국내 경차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현대차는 31일 광주시가 제시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 협약' 최종안에 합의하고 광주시와 1차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광주형 일자리' 첫 생산품은 경형SUV…2021년 하반기 출시
현대차는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경차급 SUV를 새로 개발해 신설법인에 생산을 위탁하고 완성차를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이번 투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한 경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 연봉 3천500만원의 '적정임금'과 노사상생 생산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이 사업에 참여하면 경쟁력 있는 경차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차 시장은 규모는 16만대 수준으로 전체 산업수요의 9%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2012년에는 연간 20만대 판매를 넘어서며 내수시장의 13%까지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지난 2002년 경차 아토스가 단종된 이후 경차 가격 대비 생산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국내 경차시장에서 발을 뺐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 확대는 제한됐다.

2000년대 초반 50%에 육박한 현대차 점유율은 2015년 39%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섰다.

이후 2016년 37.6%, 2017년 38.4%, 2018년 39.8% 등을 기록해 40%대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영업 현장에서는 점유율 회복을 위해 경차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여러 차례 국내 시장을 위한 경차를 개발하려고 검토했지만, 국내공장 생산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 국내 경차시장은 기아차와 한국GM이 양분하고 있다.

2017년에는 기아차가 모닝, 레이를 통해 9만959대를, 한국GM은 스파크 4만7천245대를 팔아 경차 판매는 13만8천895대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기아차 8만6천63대, 한국GM 3만9천868대 등 12만7천429대가 판매됐다.
'광주형 일자리' 첫 생산품은 경형SUV…2021년 하반기 출시
최근 국내외에서 SUV의 인기로 승용차 위주의 경차 판매는 줄고 있지만, 현대차는 신차를 통해 '경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 시장 외연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SUV로 신차를 개발해 승용차 중심 경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차 수요를 끌어 올린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SUV 판매는 2012년 25만6천923대에서 2018년 51만9천886대로 2배 이상으로 성장했고, 전체 산업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2%에서 33.5%로 증가하는 등 SUV의 인기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에 이어 2021년 하반기 경SUV까지 출시해 경형에서 대형에 이르는 SUV '풀 라인업'을 구축하면 다양한 SUV 수요를 맞추고 신규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현대차의 국내 점유율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