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티오뉴로젠 "쑥 추출 성분으로 특발성 폐섬유화증,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
"우리가 쑥에서 찾은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강력한 항섬유화 효과가 있습니다. 치료제가 없는 특발성 폐섬유화증(IPF)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을 겨냥하고 있어 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죠."

윤병수 오스티오뉴로젠 창업자 겸 부회장(사진)은 "섬유화에 천착한 끝에 섬유화를 유발하는 유전자들을 발견했다"며 "우리가 발견한 물질인 'ONG21001'과 'ONG41008'이 섬유화를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윤 부회장은 미국 인디애나대 의대에서 면역학·미생물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0년대 초반 한국에 돌아와 바이오 창업에 뛰어들었다. 대사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에디포젠을 창업하는 등 10여 년간 업계에서 활동하다 2013년 오스티오뉴로젠을 세웠다.

쑥 추출 성분에서 항섬유화 기능 확인

그가 ONG21001의 효능을 발견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윤 부회장은 2014년 골다공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았다. 그는 1970년대 일본에서 최초로 발견한 ONG21001이 골다공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골다공증 치료제로 개발하려 했다. 그는 "이미 여러 골다공증 치료제가 출시돼 시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다른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윤 부회장은 2016년 7월부터 이 물질이 발현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검토했다. 그는 "RNA 시퀀스 기술을 활용해 ONG21001이 간섬유화와 폐섬유화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각각 100여 개, 70여 개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2017년 관련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실었다.

문제는 이 물질의 생산 효율성과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이었다. 기존 합성 방법은 10여 단계로 이뤄져 있어 수십 그램의 물질을 얻는 데 수십만달러가 들었다. 또 해독 작용을 하는 간에서 물질이 대부분 파괴돼 간질환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기존 물질의 한계를 극복한 게 ONG41008이다. 이 회사는 물질 합성 단계를 4단계로 줄여 생산원가를 대폭 절감했다. 아울러 물질의 항섬유화 효능을 망가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물질 구조를 바꿔 약물 전달 효과를 높임으로써 간섬유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윤 부회장은 "모델 50여 개를 일일이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파괴되지 않는 모형 하나를 선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스티오뉴로젠은 두 물질에 대한 특허 2건을 한국,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출원했다. 최근 저명한 국제학술지 '이바이오메디슨'에 동물시험에서 IPF에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치료제 없는 NASH 시장 뛰어들 것"

윤 부회장이 무엇보다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물질이 NASH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는지 여부다. NASH는 평상시 과음하지 않았는 데도 간에 지방이 쌓여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심하면 간섬유화, 간경변,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현재 출시된 치료제가 없다. 미국 전체 인구의 25%가 이 병을 앓고 있다. 2020년 시장 규모가 2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는 "NASH는 염증, 지방 축적, 섬유화 등 기전이 상이한 증상이 동시에 진행돼 약물 하나로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이라며 "동물실험 결과 ONG41008이 섬유화하고 있는 세포에 들어가면 세포가 역분화해서 85% 정도가 정상으로 회복됐다"고 했다. 이어 "현재 임상에 들어가 있는 타사의 파이프라인은 초기 NASH를 겨냥하는 데 그치고 있어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연구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NASH가 치료되는 원리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며 "올해 안에 이를 규명해 임상 진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2021년 상장 계획

오스티오뉴로젠은 IPF 임상에 먼저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국내에서 임상1상을 진행해 안전성을 확인한 뒤 같은 해 미국에서 임상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현재 로슈와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한 치료제가 있지만 병을 지연시키는 효과만 있다. IPF는 폐가 굳어 호흡기능을 상실하는 희귀질환으로 인구 10만 명당 30여 명이 이 병에 걸린다.

그러나 IPF보다 NASH 치료제의 시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차후 NASH로 방향을 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추후 연구개발과 임상에 필요한 비용 50억원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다. 윤 부회장은 "약물의 안전성을 검증한 뒤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하는 게 우리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했다. 2021년 상장하는 게 목표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