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콜랙숀’전에 전시된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연합뉴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콜랙숀’전에 전시된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연합뉴스
올해 설 연휴는 주말까지 겹쳐 그 어느 해보다도 길다. 문화의 향기를 맡으며 그간 쌓인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미술 전시회가 연휴 기간에 다채롭게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은 설에도 문을 열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대구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등도 휴무 없이 관람객을 맞는다. 서울서예박물관은 5일 하루만 휴관한다.

아시아 현대미술과 뒤샹의 예술

고려청자에 피카소·뒤샹까지…설 연휴 아트에 빠져볼까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3~6일 정상 개관하고 과천관 서울관도 모두 무료로 개방한다. 새해 특별전으로 과천관에 마련한 ‘아시아미술과 사회’전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13개국 100여 명의 작품 17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1960년부터 1990년 사이에 변화된 아시아 지역 정치, 사회 변화에 따른 현대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서울관에서는 현대미술 선구자인 마르셀 뒤샹의 회고전이 열린다. 남성용 소변기를 뒤집어 놓고 작품으로 ‘둔갑시킨’ 대표작 ‘샘’을 비롯해 회화, 드로잉 등이 눈길을 끈다. 덕수궁관 ‘대한제국의 미술: 빛의 길을 꿈꾸다’, 청주관 개관전 ‘별 헤는 날-나와 당신의 이야기’전도 볼 만하다.

치바이스의 삶과 예술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서화가 치바이스(1864~1957)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전시회는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치바이스는 농민화가로 시작해 거장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목공일을 하다 30대에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그는 중국 근현대미술을 혁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바이스와의 대화’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연꽃, 파초, 노인 등 평범한 소재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 대표작 80여 점이 걸렸다. 생기와 해학, 서민적 정서가 깃든 전통 동양화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치바이스의 예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명말청초(明末淸初)의 문인화가 팔대산인 주탑(1626~1705)과 청나라 말기를 풍미했던 우창쉬(1844~1927)의 회화 20점도 함께 소개한다.

파리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입체파 거장들의 작품을 국내 처음 소개하는 ‘피카소와 큐비즘’전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휴무 없이 관람객을 맞는다. 1906년 시작된 미술 혁명인 ‘큐비즘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곱씹게 하는 전시회다. 입체파 미술을 처음 실험한 폴 세잔의 풍경화 두 점을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조루즈 브라크, 로베르 들로네, 앙드레 드렝, 라울 뒤피 작품 등 90여 점이 인간의 감성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간송 전형필의 문화재 독립운동

‘민족 문화유산의 수호신’ 간송 전형필의 ‘문화재 독립운동’을 접하고 싶다면 DDP를 찾아보자.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별전 ‘대한콜랙숀’전에서는 간송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수집한 고려청자, 조선백자, 추사 김정희의 글씨, 겸재 정선의 그림 등 6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1935년 기와집 20채 값의 거금을 주고 구입한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원숭이와 오리 모양의 연적 등 진귀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미국 팝아트의 슈퍼스타 키스 해링의 예술마당도 DDP에서 펼쳐진다. 서른한 살에 에이즈로 짧은 생을 마감한 해링은 생전에 ‘예술은 삶, 삶은 곧 예술이다’를 화두로 삼았다. 그는 하위문화로 낙인찍힌 낙서화의 형식을 빌려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작품으로 월드 스타가 됐다. 전시장에는 검은색의 단순한 윤곽선과 강렬한 원색을 이용한, 마치 낙서 같은 그림을 비롯해 드로잉, 판화, 조각, 사진, 포스터, 앨범 커버 등 175점이 걸렸다.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의 추상화가 한묵의 첫 유고전, 부산시립미술관의 동아시아 현대미술 ‘보태니카’전, 대구미술관 3·1운동 100주년 기념전,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의 ‘유라시안 유토피아’전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