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라고 하면 ‘석유’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1969년 노르웨이 인근 해저에서 석유가 발견돼 많은 돈을 번 ‘부자 나라’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유전을 가진 모든 나라가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는 자연의 축복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미래 세대를 위해 꾸준히 투자했다.

《노르웨이처럼 투자하라》는 자원에서 얻은 부를 낭비하지 않고 오히려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노르웨이의 투자 비결을 다룬다. 저자는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 출신 프리랜서 언론인 클레멘스 봄스도르프다.

노르웨이는 1996년 석유에서 나오는 돈을 쌓아둘 거대한 곳간을 만들었다. 일명 ‘오일펀드’로 불리는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이다. 자산 1조달러 규모로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다. 전 세계 주식의 1.3%를 보유하고 있는 큰손으로, 연평균 수익률은 6%에 달한다. 오일펀드가 수익만 생각하지 않고 비윤리적인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점을 감안하면 더 크게 다가오는 숫자다.

오일펀드 규정은 매우 엄격하다. 펀드 수익금은 함부로 국가 예산에 전용하지 못한다. 한번 펀드에 들어간 돈을 빼내는 것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이로 인해 펀드에서 인출되는 돈이 펀드로 들어가는 돈보다 많았던 적이 없었다. 저자는 “노르웨이는 언제까지 석유로 돈을 벌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지금 이 돈을 오일펀드에 쌓아두고 미래 세대가 더욱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그들의 목표”라고 설명한다.

오직 해외에만 투자한다는 원칙도 있다. 노르웨이 환율을 방어하고 국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것이다. 포트폴리오는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다. 처음엔 국채에만 투자했지만 현재는 주식과 채권 비중이 7 대 3이다. 최근엔 부동산 투자도 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국가와 개인들은 노르웨이처럼 투자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자기 과신’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노르웨이의 투자 공식을 따라야 한다.” (클레멘스 봄스도르프 지음, 김세나 옮김, 미래의 창, 256쪽, 1만6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