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은 올해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더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도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본인 근로시간이 늘거나 직원 대신 가족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곳도 많았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소상공인연합회를 통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4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설문응답자는 도매 및 소매업 종사자(50.2%)가 가장 많았고 이어 외식업(17.1%), 제조업(4.1%) 순이었다.
소상공인 "최저임금, 지역별·업종별 차등화해달라"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올해 경기는 지난해에 비해 더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77.9%가 작년과 비교해 올해 경기가 ‘많이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조금 어려워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18.5%였다. 반면 ‘조금 나아졌다’는 3.2%, ‘많이 나아졌다’는 대답은 0.5%에 그쳤다.

올해 10.9% 인상된 최저임금이 소상공인업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이 93%에 달했다. ‘매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9.3%, ‘다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대답은 23.3%였다. 긍정적으로 응답한 소상공인은 3%에 머물렀다.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4.5%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는 질문(복수응답)에 ‘기존 인원을 줄였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7.0%에 달했다. ‘신규 채용을 축소하거나 취소했다’는 응답은 18.1%였다. ‘아르바이트 시간을 쪼개겠다’는 응답은 20.4%였다. 부족한 일손은 본인의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가족으로 메웠다는 답변도 절반이 넘는 54.9%였다. 세 곳 중 한 곳꼴로 기존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였다(33.3%)고 했고, 최저임금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겠다는 곳(10.9%)도 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대책에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대다수였다. 일자리안정자금, 카드수수료 인하, 제로페이 등 지원책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34.3%가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없다’도 32.6%에 달했다. 긍정적인 반응은 13.8%에 불과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일괄적인 인상이 아니라 업종 및 지역별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60.4%).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소상공인 수를 늘려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22.0%). 최저임금 인상폭을 정할 때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산정해달라는 의견도 14.9%였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해달라’는 응답자가 79.3%로 가장 많았다. ‘경제성장률에 맞춰달라’는 의견이 17.7%로 뒤를 이었다. ‘예년 수준’은 2.3%, ‘10% 이상’은 0.7%였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 많지만 최저임금 취지 자체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업종별·지역별로 차등화하고 경기 지표 등을 반영하는 등 합리적인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