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두 창업자 빈틈 메운 슈밋, '구글 제국' 완성하다
수많은 경영서에 교과서처럼 등장하는 기업이 있다. ‘구글’이다. 《구글 스토리》는 구글의 성공신화와 경영전략에 대한 단편적인 소개를 넘어 탄생부터 성공과 실패, 수많은 구글 프로젝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2005년 처음 출간된 뒤 지난해 구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새단장했다. 20년 전 월세 1700달러짜리 집 차고에서 출발한 회사는 연 매출 125조원, 시가총액 900조원, 고용 직원만 9만 명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저자인 데이비드 A 바이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이다. 1990년 언론인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상으로 여겨지는 ‘퓰리처 상-해설보도부문’을 받았다. 그는 두 창업주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밋 등 구글 핵심 인사 150여 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기자의 시각으로, 영웅담을 전하기보다는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구글 신화를 추적해간 노력이 보인다.

26개로 구성된 각 장은 ‘지메일’, ‘유튜브’, ‘딥마인드’ 등 구글의 주요 비즈니스와 핵심 프로젝트들을 각 상황과 시기로 나눠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어느 장을 펼쳐 들어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사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독특한 기업 이념이야말로 창업자들의 성장 과정을 비롯해 구글 사업 전반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소비에트 연방의 망명자 2세인 브린과 노동 및 평등의 가치를 배우고 자란 페이지가 사회 문제에 천착하면서 이를 과학 기술로 풀어보고자 했던 의지가 강했다는 설명이다.

책의 백미는 9장 ‘CEO 에릭 슈밋’이다. ‘사회적 이상주의자와 지독한 현실주의자’라는 부제로 설명되듯 이 장에선 슈밋이 두 창업자와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끝내 구글에 참여해 ‘트리오 경영체제’의 기틀을 세우는 과정을 다뤘다. 검색엔진과 사용자에게만 집중하면서 정작 내부 경영엔 소홀했던 점을 인지한 두 사람이 슈밋을 영입해 이를 단숨에 보완해 ‘창업자 중심 기업구조’를 다지게 되는 결정적 장면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혁신 메커니즘을 지속하려는 그들만의 생존 의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책은 개인정보 침해나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 등 구글이 처한 딜레마에 대한 질문도 놓치지 않는다. 이렇듯 구글이라는 기업이 걸어온 길을 통해 하나의 산업과 사회 전반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