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갑작스런 매각…대우조선 직원들 걱정·거제시민은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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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노조 "동종사 인수는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해"
노조 "매각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불응하면 강력한 투쟁"
거제상의 "대우조선 미래에 도움이 되도록 매각 진행해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 그룹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31일 전격 알려지자 야드가 있는 경남 거제시 전체가 술렁였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는 직영 인력만 9천700여명, 협력사 직원은 1만7천명이 넘게 일한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함께 지역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이다.
거제시민 25만명 중 상당수가 대우조선해양 작업복을 입고 있거나 이 회사 사원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등 직·간접적 인연을 맺고 있다.
갑작스러운 매각 소식이 알려진 이 날 거제시에는 좀처럼 볼 수 없던 눈이 내렸다.
거제 시내에는 0.7㎝가량 눈이 쌓였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곧 야드 전체를 뒤덮었다.
옥포조선소 일부 야외 작업장은 눈 때문에 건조작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까지 했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회사 앞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직원은 "일반 직원들뿐만 아니라 경영진들도 매각결정을 제대로 몰랐을 정도여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다들 일이 손해 잡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옥포조선소 서문 식당에서 만난 한 하청업체 직원(43)은 "식당에서 밥 먹다가 TV를 보면서 알았다"며 "국내기업이 인수해 다행이긴 하지만 수주가 크게 늘었다는 보도와 달리 현장 분위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그게 더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옥포조선소 근처에서 8년째 치킨집을 하는 한 사장은 "조선 경기 악화로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대우조선 매각이 또 나쁜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크다"고 불안해했다.
거제시청 공무원들은 경쟁기업이던 현대중공업 그룹이 지역대표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놀랍다는 반응을 전했다.
배용헌 거제시 조선경제과 조선해양 담당은 "경쟁기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조선 경기 불황 터널이 보이는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수가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했다.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대우조선해양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1999년 산업은행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20년 동안 주인 없는 회사였다.
직원 대부분이 근무하는 거제 옥포조선소 직원들은 현대중공업 그룹 계열사 인수 소식에 경계감부터 드러냈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중·대형선박·해양구조물 제작이 가능한 야드가 3곳이나 있는 현대중공업 그룹은 세계 2위 조선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강력한 경쟁자이자 동종업계 세계 1위 기업이다.
조선업계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데다 대우조선해양과 사업구조가 일부 겹친다. 인수가 현실화하면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 것이란 인식이 대우조선해양 직원들 사이에 팽배하다.
옥포조선소 한 직원은 "동종 사가 인수를 하면 인적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다른 직원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독자생존을 가장 원하지만 주인을 찾아야 한다면 덜 나쁜 주인이 들어오는 것을 바란다"며 "현대중공업 그룹이 인수자로 나서면 겹치는 분야는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걱정했다.
9년 차 직원 박모(32)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뉴스 보도를 통해 알게 돼 동료들도 모두 당황스럽다"면서 "회사가 아무런 설명도, 정보 공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운 사정에서 연봉까지 삭감하면서 일해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면서 "인수합병 뒤에 인력 구조조정이 따를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동종업체가 인수자로 나서는 것을 반대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노조는 "동종 사 인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다"며 "매각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불응하면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태준 대우조선 노조 정책실장은 "재무적으로 건전하고 고용과 단체협약을 승계한다면 어느 회사든 인수자로 상관없지만,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동종 사는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가 당사자로 매각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 실장은 "이번 매각은 밀실 합의에 의한 것으로 즉각 멈춰야 하며 대우조선 노조도 당사자로 참여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2008년 산업은행이 매각을 시도할 때도 이번과 같은 이유로 현대중공업 참여를 반대한 바 있다.
거제상공회의소는 대우조선해양이 주인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과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환중 거제상의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이 주인을 찾는 점은 환영하지만, 동종업체 인수 소식에 지역사회 걱정이 많다"며 "대우조선해양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노조 "매각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불응하면 강력한 투쟁"
거제상의 "대우조선 미래에 도움이 되도록 매각 진행해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 그룹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31일 전격 알려지자 야드가 있는 경남 거제시 전체가 술렁였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는 직영 인력만 9천700여명, 협력사 직원은 1만7천명이 넘게 일한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함께 지역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이다.
거제시민 25만명 중 상당수가 대우조선해양 작업복을 입고 있거나 이 회사 사원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등 직·간접적 인연을 맺고 있다.
갑작스러운 매각 소식이 알려진 이 날 거제시에는 좀처럼 볼 수 없던 눈이 내렸다.
거제 시내에는 0.7㎝가량 눈이 쌓였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곧 야드 전체를 뒤덮었다.
옥포조선소 일부 야외 작업장은 눈 때문에 건조작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까지 했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회사 앞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직원은 "일반 직원들뿐만 아니라 경영진들도 매각결정을 제대로 몰랐을 정도여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다들 일이 손해 잡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옥포조선소 서문 식당에서 만난 한 하청업체 직원(43)은 "식당에서 밥 먹다가 TV를 보면서 알았다"며 "국내기업이 인수해 다행이긴 하지만 수주가 크게 늘었다는 보도와 달리 현장 분위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그게 더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옥포조선소 근처에서 8년째 치킨집을 하는 한 사장은 "조선 경기 악화로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대우조선 매각이 또 나쁜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크다"고 불안해했다.
거제시청 공무원들은 경쟁기업이던 현대중공업 그룹이 지역대표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놀랍다는 반응을 전했다.
배용헌 거제시 조선경제과 조선해양 담당은 "경쟁기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조선 경기 불황 터널이 보이는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수가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했다.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대우조선해양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1999년 산업은행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20년 동안 주인 없는 회사였다.
직원 대부분이 근무하는 거제 옥포조선소 직원들은 현대중공업 그룹 계열사 인수 소식에 경계감부터 드러냈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중·대형선박·해양구조물 제작이 가능한 야드가 3곳이나 있는 현대중공업 그룹은 세계 2위 조선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강력한 경쟁자이자 동종업계 세계 1위 기업이다.
조선업계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데다 대우조선해양과 사업구조가 일부 겹친다. 인수가 현실화하면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 것이란 인식이 대우조선해양 직원들 사이에 팽배하다.
옥포조선소 한 직원은 "동종 사가 인수를 하면 인적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다른 직원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독자생존을 가장 원하지만 주인을 찾아야 한다면 덜 나쁜 주인이 들어오는 것을 바란다"며 "현대중공업 그룹이 인수자로 나서면 겹치는 분야는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걱정했다.
9년 차 직원 박모(32)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뉴스 보도를 통해 알게 돼 동료들도 모두 당황스럽다"면서 "회사가 아무런 설명도, 정보 공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운 사정에서 연봉까지 삭감하면서 일해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면서 "인수합병 뒤에 인력 구조조정이 따를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동종업체가 인수자로 나서는 것을 반대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노조는 "동종 사 인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다"며 "매각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불응하면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태준 대우조선 노조 정책실장은 "재무적으로 건전하고 고용과 단체협약을 승계한다면 어느 회사든 인수자로 상관없지만,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동종 사는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가 당사자로 매각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 실장은 "이번 매각은 밀실 합의에 의한 것으로 즉각 멈춰야 하며 대우조선 노조도 당사자로 참여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2008년 산업은행이 매각을 시도할 때도 이번과 같은 이유로 현대중공업 참여를 반대한 바 있다.
거제상공회의소는 대우조선해양이 주인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과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환중 거제상의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이 주인을 찾는 점은 환영하지만, 동종업체 인수 소식에 지역사회 걱정이 많다"며 "대우조선해양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