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이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2·27 전당대회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당권 도전 행보를 해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가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 간 양강 대결 구도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 일각에선 오 전 시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은 31일 열린 자신의 저서 《미래-미래를 보는 세계의 창》 출판기념회에서 “출마 선언 시기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좀 더 고민할 부분이 있어 충분히 생각한 뒤 출마 여부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초 당 안팎에선 오 전 시장이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당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오 전 시장은 “출판기념회 때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며 “설 연휴 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전당대회 경선 룰(규정) 때문에 출마 선언 시기가 늦어지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런 것 때문에 고민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단순히 경선 룰 때문이 아니라 이번 전당대회 출마로 정치적 체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보는 것 같다”며 “전당대회 레이스가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 간 양강 대결 구도로 흐르면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 전 시장이 입는 정치적 타격도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전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공개로 만나 경선 룰이 불공정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전당대회 경선 룰을 정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당대회 때까지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와 TV 토론을 각각 네 차례와 두 차례 열기로 했다. 오 전 시장은 “선관위가 정한 경선 룰을 보고 경악했다”며 “자기 세를 과시하기만 하는 연설회 횟수는 줄이고 TV 토론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TV 토론에서 능숙한 언변을 앞세워 황 전 총리나 홍 전 대표 쪽으로 향하던 표심을 끌어당기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선관위가 TV 토론을 최소화해 특정 후보(황 전 총리)에 대한 검증 기회를 안 주려 한다”며 “이런 식으로 진행하려면 선거를 하지 말고 그냥 추대하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이날 회의를 열어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에게 전당대회 출마 자격을 주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전당대회 기탁금을 납부하고 당대표 후보자 등록을 마치면 당대표 피선거권이 있는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철·정우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금까지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사람은 총 7명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