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광주형 일자리'…성공 여부는 노동계에 달렸다
“한국에 자동차 공장이요? 미친 짓입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지난해 초 자동차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 “왜 국내에는 자동차 공장이 더 안 만들어지나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열이면 열, 대답은 같았다.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 모두 앞으로 한국에 자동차 공장이 생길 리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물었다. “완성차업체 평균 인건비를 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2017년 기준 한국 완성차 5개사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9072만원이다. 일본 도요타(832만엔·약 8490만원)와 독일 폭스바겐(6만5051유로·약 8305만원)보다 많다. 뿌리 깊게 자리잡은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문제라는 얘기다.

우여곡절 끝에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던 일이 일어났다. 1997년 한국GM이 군산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24년(2021년 양산 시작) 만에 광주광역시에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완성차 공장이 들어선다. 임금을 ‘적정한 수준’으로 맞추는 대신 새 일자리를 만들자는 실험이다.

누군가 ‘미친 짓’이라고 표현했던 이 실험의 결말은 어떨까. 그 열쇠는 새 법인의 근로자들이 쥐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광주시와 광주 노동계, 현대자동차는 신설법인 근로자에게 ‘주 44시간 근로 기준 초봉 3500만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이 법인이 35만 대(누적 기준)의 차량을 생산할 때까지 사실상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이 합의가 자율적으로 맺은 약속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이 합의는 무의미해진다.

새 공장 근로자들이 무리하게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파업을 하면 ‘광주형 일자리’라는 이름의 실험은 무위로 돌아간다. 고임금 구조에 신음하는 ‘울산형 자동차 공장’이 하나 더 생길 뿐이다. 인건비가 늘어나면 차량 가격이 올라간다. 가격 경쟁력이 생명인 경차에는 치명적이다.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는 수준이 아니다. 공장이 안 팔리는 차량을 매년 10만 대가량씩 찍어내면 안 그래도 공급과잉에 힘겨워하는 한국 자동차업계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자칫 공장이 폐쇄되기라도 하면 광주 지역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신설법인 근로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국 자동차업계와 광주 지역경제의 미래가 달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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