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유치원 경영에 대한 외부 검증을 늘리는 ‘유치원 3법’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특정 국회의원을 조직적으로 후원(정치자금법 위반)했다는 서울교육청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사장 등 한유총 지도부가 공금을 횡령한 정황도 확인됐다.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12월 벌인 한유총 실태조사 중간결과를 31일 발표했다.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을 비롯한 일부 회원은 지난해 11월 ‘유치원 3법’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회원 3000여 명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3000톡’에 특정 국회의원의 후원 계좌를 올리고 “정치자금법상 한도를 넘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10만원가량을 후원하라”고 독려했다. 이른바 ‘쪼개기 후원’이다. 유치원 3법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으로 유치원 회계투명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회원(사립유치원) 명의로 정치자금을 후원했어도, 법인(한유총)이 독려한 것이라면 법인자금으로 후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자금법은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 교육청은 후원금을 받은 의원이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회계 관리 허점도 다수 지적됐다. 한유총은 회원들에게 회비를 교비회계(학부모들이 낸 교육비 등)에서 내도 된다고 안내했고, 일부 유치원 감사 결과 교비회계에서 한유총 회비가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교비회계에 대한 ‘사적 사용’이라는 게 교육청 판단이다. 한유총 회원 3170여 명이 내는 연간 회비는 30억~36억원가량이다.

전임 이사장인 최모씨와 그 직전 이사장이었던 김모씨 등 지도부가 공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한 의혹도 있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교육청은 이들 전직 간부 5명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한유총은 이날 “국회의원 후원을 독려한 사실이 없다”면서 “조사에 따른 처분이 내려지면 전향적 자세로 수용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