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출자하는 형태로 현대중공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합작법인 방식의 매각이 성사되면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빅3’에서 ‘빅2’ 체제로 재편된다. 그동안 대우조선 민영화가 늦어지면서 온갖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조선업계가 헐값 수주 경쟁을 벌이다 부실 규모를 키워온 점 등을 생각하면 진작 시도했어야 할 구조 개편이다.

국내 조선산업의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빅2 체제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러 번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노조 반발과 정치권 개입이 구조 개편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도 시기를 놓치면 구조 개편은 물 건너간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대우조선은 쇄빙선,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나 통합법인이 출범할 경우 기술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은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 간 구조 개편 그림이 그려지면 중·소형사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 관점에서 중국의 맹추격을 따돌릴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간 인수합병(M&A)과 다름없는 통합법인 출범에 대한 세계 경쟁당국들의 심사도 있지만, 더 걱정되는 건 양사 노조의 반발이다. 과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고 조선산업이 도약하려면 경제논리에 따른 구조 개편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다른 주력 산업 구조 개편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