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1.8兆 유치로 상장 내년 이후로 연기
바디프랜드, 수당 논란에 '발목'
올해 기업공개(IPO)를 계획했던 기업들이 상장 일정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사례가 연초부터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예상 기업가치가 조(兆) 단위인 IPO 후보군이 많아 공모주 시장 규모가 10조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있었지만 예상보다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툴젠은 이날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지난해 8월 청구했던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한때 코넥스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며 대장주로 불렸던 툴젠은 바이오 기업으로는 최초로 테슬라 요건 상장(적자기업 특례상장)을 목표로 코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했다. 하지만 특허권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장이 쉽지 않아지자 자진 철회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툴젠의 코스닥 상장이 좌절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툴젠 측은 상장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연내 코스닥 상장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역시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옮겨가려던 로보쓰리도 지난 30일 자진 철회를 택했다. 주력 사업인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 시장이 규제와 중국 샤오미의 저가 공세에 부딪힌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로보쓰리는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입성한 셀리버리에 이어 주관 증권사 추천을 받아 상장 요건을 완화받는 성장성 특례상장 2호를 노렸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로보쓰리 주가는 31일 코넥스에서 가격제한폭(14.93%·530원)까지 떨어진 3020원에 마감했다.
올해 최대 기업공개(IPO)를 예고했던 현대오일뱅크도 내년 이후로 상장 일정이 미뤄졌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매각하면서 1조8000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IB업계에서는 올해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대어급 IPO 후보가 일정 조정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사모펀드(PEF)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는 올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상장을 강행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VIG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안마의자 렌털기업 바디프랜드는 퇴직금 및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문제가 불거진 것도 변수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라인해운과 MBK파트너스의 두산공작기계도 조 단위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대어급 IPO로 꼽힌다. 올해 상장이 유력한 대기업 계열사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 현대오토에버와 SK네트웍스의 자회사 SK매직이 있다.
대형 IPO로 꼽히는 교보생명과 호반건설, 이랜드리테일의 상장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스닥시장의 신규 새내기주 후보인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회계감리 문제가 불거지며 상장을 연기했고, 올해 정밀감리 결과가 나와야 상장 일정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어급 기업은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상당히 민감하다”며 “회사채 발행이나 투자 유치, 매각까지 자금조달 선택지가 다양한 점도 IPO에 목매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