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 前 부총리 별세…향년 85세
김만제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3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대 원장,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 삼성생명 회장, 포항제철 회장 등을 지낸 김 전 부총리는 한국의 고도성장기 경제발전을 이끈 산증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항년 85세.

1934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난 김 전 부총리는 경북고를 졸업하고 미국 덴버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미국 미주리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9세이던 1963년 미주리대 경제학과 조교수가 됐다.

1965년 귀국해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김 전 부총리를 눈여겨본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 경제개발 아이디어의 산실인 KDI를 설립할 때 그를 초대 원장에 임명했다.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 박영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그가 KDI를 설립한 뒤 끌어들인 대표적 인재다.

김 전 부총리는 1982년까지 11년간 KDI 원장으로 일한 뒤 그해 한미은행 초대 행장에 부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행장 부임 1년 만인 1983년 재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1985년까지 재무부 장관을 지낸 뒤 1986년부터 이듬해까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맡았다. 그가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지낸 1980년대는 매년 경제성장률이 10% 안팎을 기록하던 고도성장기였다.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며 김 전 부총리는 공직을 떠나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고려증권 경제연구소 회장(1989~1991년)을 거쳐 삼성생명 회장(1991~1992년)을 지냈다.

김 전 부총리는 1992년 치러진 14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강남을에 출마했다. 하지만 당시 홍사덕 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1994년 포항제철(현 포스코) 4대 회장에 취임해 민간에 복귀했다.

2000년 치러진 16대 총선에서는 대구 수성갑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정책위원회 의장까지 맡으며 당내 ‘경제통’으로 활약했다. 2004년 정계를 떠나 대구은행 사외이사,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이사 등을 지냈다. 서강대 교수로 재직한 이력 때문에 남덕우 전 국무총리, 이승윤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과 함께 ‘서강학파’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빈소는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이며 영결식은 2일이다. 장지는 대전현충원. 장례는 KDI장으로 진행하며 최정표 KDI 원장, 남상우 KDI 연우회장, 정명식 포스코 중우회장이 공동장례위원장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구혜 여사와 아들 성우 씨, 딸 지영·지수 씨, 사위 윤종수·김용성 씨, 며느리 함지은 씨가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