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2009년 서울·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 앞 현관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표시를 발견했다는 괴담이 퍼졌다. 인터넷에서는 "범죄자들이 해놓은 표시다",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라는 반응이 넘쳐났고 시민들은 하나둘 자신의 집 현관문이나 초인종을 확인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SBS를 비롯한 방송에서도 이 현상을 주목했고 이 소동은 영화 '숨바꼭질'의 모티브가 됐다. 이 영화를 연출한 허정 감독은 "요즘 사람들이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것을 무서워한다"라고 말하며 의문의 표시 소동을 조명했다.

그런데 이같은 일이 최근까지도 일어나고 있다. 며칠 전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원룸에서 혼자 사는 여성 A씨가 자신의 집 현관문에서 의문의 표시를 발견했다며 사진을 찍어 올려 많은 네티즌들이 주목했다.

A씨는 외출을 하고 돌아온 어느 날 저녁, 현관문에서 의문의 표시를 발견했다. 사인펜으로 'ㅇ'라고만 쓰여 있을 뿐이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없었던 표시였다.

순간 A씨는 영화 '숨바꼭질'이 생각나면서 두려움에 휩싸였다. 설 연휴를 앞두고 도둑이 자신의 집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날 저녁 A씨는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고 계속 현관문으로 시선이 갔다. 괜히 집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고민 끝에 A씨는 결국 경비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경비원은 "너무 예민한 것 같다"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고 쿨하게 내려갔다. A씨는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사연을 올리면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가 자기 집 현관문에 비슷한 표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명절이 다가온 만큼 조심해야 한다"라고 글을 끝맺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예전에 TV 정보 프로그램에서 이 내용 본 적 있다. 도둑들이 표시해뒀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빨리 지워야 한다", "우리 집에도 예전에 누가 볼펜으로 작게 표시한 적 있었다. 다행히 별일 없었지만 기분이 꺼림칙했다", "단순한 장난 아닐까? 범죄 저지를 사람이 저렇게 표시해놓는다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 가스 점검 표시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른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모형 CCTV라도 붙이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달 7일에도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 3개동 10가구 문에 의문의 표시가 발견돼 불안감을 느낀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있었다. 이후 목격담이 계속됐고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CCTV 분석에 나섰지만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논의 끝에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런 일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범죄조직이 특정 기호를 은어처럼 사용해 대문이나 벽 등에 표시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2년 벨기에 현지 매체는 도둑들이 사전 정찰이나 침입을 통해 정보를 파악한 후 "여자 혼자 산다", "현금이 많다", "곧 실행 예정" 등을 뜻하는 표시를 그려 넣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A씨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
A씨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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