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에게 설 명절은 반갑지만은 않은 시기다. 가사노동이 늘면서 명절이 지난 뒤 손목, 어깨, 무릎 등 관절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주부들이 급증한다.

대표 질환 중 하나가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 증후군)이다. 손목을 반복적으로 쓰면서 인대가 두꺼워져 손으로 가는 신경을 압박한다. 손이 저리고 마비 증상을 호소한다. 김동현 바른세상병원 수족부클리닉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가벼운 손 저림이라도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는 반복적인 가사일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많이 쓰면서 질환이 생겨 병원을 찾는 환자도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10년 새 80% 정도 증가했다. 50대 여성 환자는 전체 환자의 3분 1을 차지한다. 폐경 후 여성 호르몬이 바뀌는데다 오랜 기간 가사노동을 하면서 손목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는 손이 시리고 저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난다. 손목 주변이 차가울수록 손목터널증후군 통증과 증상은 심해진다.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긴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방치하기 쉽다. 증상이 심해지면 엄지, 검지, 중지, 손바닥 부분에 저리고 타는 듯한 통증을 호소한다. 손 힘이 약해져 물건을 떨어뜨리고 손 저림 증상도 호소한다.

저림 증상은 밤에 더 심해 자다가 깨기도 한다. 찬물에 손을 넣거나 날씨가 추워지면 손끝이 유난히 시리고 저리다고 느낀다.

증상이 생긴 초기에는 약물이나 주사치료, 부목 고정 등으로도 증상이 나아진다. 밤에 잠을 못잘 정도로 저림 증상이 심하면 수근관을 넓혀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내시경으로 인대를 절개하는 수술이다. 15분 정도 걸리고 하루 정도만 입원하면 된다. 대개 수술 다음날 관절운동을 시작해 2주 뒤부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평소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손 근육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겨울에는 손 주변을 최대한 따뜻하게 해야 한다. 손을 많이 쓰는 작업을 하기 전에는 팔을 수평으로 뻗고 손가락을 잡고 아래로 당기는 스트레칭(사진)을 반복하면 도움된다. 손과 손목에 통증이 있을 때는 10~15분 정도 온찜질을 하면 도움된다.

김 원장은 "음식을 많이 만들 때는 장갑을 끼고 일을 마친 뒤 손목에 온찜질을 하면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데 도움된다"며 "잘 때 손목에 수건을 감고 자면 손목이 움직이는 것을 막고 보온효과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는 것"이라며 "1시간에 10분 정도는 쉬면서 손목에 힘을 빼고 가볍게 흔들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고 했다.

손가락이나 손이 뻐근할 때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5초 동안 서서히 푸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도움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