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불황이 짙어지면서 세종시 상가에도 공실이 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왼쪽 멀리 보이는 건물) 인근 핵심 상권인 중앙타운 상가 1층에 임차인을 구하는 종이가 붙어 있다.  /성수영 기자
자영업 불황이 짙어지면서 세종시 상가에도 공실이 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왼쪽 멀리 보이는 건물) 인근 핵심 상권인 중앙타운 상가 1층에 임차인을 구하는 종이가 붙어 있다. /성수영 기자
“공무원들도 매일 이 식당가에서 식사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종업원들이 줄어드는 걸 봤을 텐데. 자영업자를 생각한다니 한숨이 나오네요.”

주요 시·도에서 ‘자영업 쇼크’가 가장 크게 불거진 곳 중 하나는 공교롭게도 정부 중앙부처들이 밀집한 세종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종시의 소규모 상가(연면적 330㎡ 이하) 공실률은 11.6%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전년 동기(5.2%)보다 6.4%포인트 급증했다. 전국 평균 공실률(5.3%)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14.3%로 전국 평균인 10.8%를 훨씬 웃돈다.

1일 만난 세종시 상인들은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는 건 난센스다”, “불황과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급등이 겹치면서 하루가 다르게 빈 가게가 늘어나는 게 공무원들 눈에는 안 보이냐”며 성토를 이어갔다.

세종시 나성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부터는 정부 청사 코앞인데도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쓰는 식당이 계속 늘고 있다”며 “최근에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내보내고 하루 16시간씩 일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정부의 자영업 대책에는 차가운 반응이 이어졌다. 세종시 도담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B씨는 “정부가 뭘 내놨는지를 모를 정도로 도움 되는 정책이 하나도 없다”며 “공무원들이 매일 가는 식당 주인들에게 한 번만 물어봤어도 이런 임기응변식 대책들은 안 내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무총리비서실과 길 하나를 두고 마주한 한 가게의 주인은 “같은 상가 내엔 적자에 시달리다가 결국 전세 계약기간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나간 음식점도 있다”며 “(자영업자 대책은) 마구 때려놓고 뒤늦게 반창고 붙여주는 격”이라고 했다.

세종시의 핵심 상가로 꼽히는 중앙타운도 불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청사 인근의 노른자위 상권에 있어 점심, 저녁에 인파가 가장 몰리지만 지난해부터 위층은 물론 1층까지 공실이 확대되고 있다.

상권이 쪼그라들자 세종시 상가는 경매시장에서도 외면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종시 상가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61.30%로 전년 대비 5.30%포인트 감소했다. 낙찰률은 26.32%로 전년 대비 8.06%포인트 하락했다.

청사 주변 상권이 얼어붙었지만 정부는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잘 추진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작성한 ‘자영업자 종합대책 이행실적 (4분기) 보고’라는 내부 문건에서 “대통령이 자영업자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내린 지시를 잘 수행하고 있다”며 “미흡한 점은 없다”고 평가했다.

세종=성수영/민경진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