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2015년부터 지속해온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끝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 동결 뒤 글로벌 경기 둔화, 금융시장 불안, 미 연방정부 셧다운 영향 등을 들며 “금리를 인상할 논거가 다소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나온 Fed의 통화정책 성명서에는 ‘추가적인 점진적 금리 인상’이라는 표현 대신 ‘앞으로 금리 조정에 참을성을 보이겠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Fed가 사실상 긴축 중단을 선언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또 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조만간 끝내는 것은 물론 필요시 양적 완화에 다시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제히 안도하는 모습이다. 미국을 위시한 주요 금융시장에 추가적인 유동성 축소 가능성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서도 거품 붕괴 우려가 잦아들고 있다.

국내 경기침체에도 불구, 미국에 등 떠밀리듯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했던 한국은행은 큰 짐을 덜게 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Fed의 결정에 대해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반색한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하지만 Fed의 긴축 중단이 마냥 호재인 것만은 아니다. 그 배경이 금융시장 불안, 경기둔화라는 점부터 그렇다. 지난해 3%대 깜짝 성장을 한 미국이 올 1분기에는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미국 중국 등의 경기둔화가 호재일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었다. 수출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16년 9~10월 이후 처음이다.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미국 중국 등 주력 시장의 경기 둔화는 더 큰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경기는 이미 1970년대 초 오일쇼크 이후 최악이다. 지난해 12월까지 경기 동행지수 및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동반 하락, 1971년 7월~1972년 2월의 8개월 연속 하락 기록에 육박하고 있다. 취업자 수, 설비투자, 공장가동률 등도 모조리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저조하다. 이런 와중에 우리 경제 ‘최후 보루’로 불리는 수출 전망이 어두워진다는 것은 결코 좋은 소식일 수 없다.

미국의 긴축 중단은 단기적으로 한은에 호재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계속 나빠진다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정부도 한은도 이 점에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