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피해자 입장에서 김지은씨 행동 납득
"씻고 오라"는 安 지시 따른 것도 "수행비서 역할·태도로 이해"
안희정에게 보낸 애교 이모티콘…법원 "의미 없는 습관적 사용"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납득가지 않는다'고 판단한 김지은씨의 여러 행동을 비서 신분이었던 피해자 입장에서 재검토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피해자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서 성폭행을 당한 뒤 보인 여러 행동에 수긍할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인 게 2017년 7월 말 러시아 출장 중에 벌어진 첫 번째 성폭행 피해 후의 일이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들은 김씨가 그 후 안 전 지사에게 <^^>, <ㅠㅠ>, <ㅎ>, <넹> 등 이모티콘을 사용하거나 애교 섞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하는 등 성범죄 피해자라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가 평소 사용해온 문투나 표현, 이모티콘이나 '애교 섞인 표현'이라고 칭하는 표현들은 젊은 사람들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상적·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곧바로 폭로하지 않기로 하고 그대로 수행비서 일을 수행하기로 결정한 이상 상관인 피고인에게 이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희정에게 보낸 애교 이모티콘…법원 "의미 없는 습관적 사용"
안 전 지사의 변호인들은 안 전 지사가 이용한 미용실과 헤어디자이너를 찾아가 머리 손질을 한 것도 성폭력 피해를 본 일반적인 피해자라면 보이기 힘든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울에 아는 미용실도 없던 차에 피고인이 갔던 미용실에서 다음에 한 번 오라고 했고, 그 부근에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머리를 한 것'이라는 취지의 김씨 진술을 믿었다.

안 전 지사 본인도 해당 미용실은 단골집이 아니라 그곳 점장이 오래된 팬클럽 회원이라 한 번 가본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만큼 별 뜻 없이 찾아갔다는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그해 8월 강남 호텔에서 숙박할 때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씻고 오라"고 한 말을 김씨도 '성관계'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그러나 "짐을 풀고 씻고 오라는 말로 이해했고, 무슨 할 말이 있으신지 모르지만 오라고 하니까 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평소 피해자가 수행비서로서 한 역할, 업무태도 등에 비춰봤을 때 피해자의 이 같은 이해나 태도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