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직업을 갖다] (3·끝)"IQ낮으면 일자리 갖기 어려워져…'보통사람'들은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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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발전 따라 ‘보통 사람’일자리 사라져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것 당국이 인식해야
장기적 플랜 필요...쇄국 정책은 '일자리' 악화시킬 수도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것 당국이 인식해야
장기적 플랜 필요...쇄국 정책은 '일자리' 악화시킬 수도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고 있어요. 앞으로 지능지수(IQ)가 높지 않은 사람일 수록 일자리를 찾기 더 어려워질 겁니다.”
조던 피터슨 토론토대 교수(전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 2017년 한 강연에서 발언해 화제가 됐던 내용이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똑똑하고 IQ가 높은 사람들에게 부와 일자리가 집중되는 반면 대부분의 보통사람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
그의 경고는 2년여가 지난 지금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단순 반복노동의 경우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맞춰 완벽한 무인화로 넘어가는 추세다.
미국의 한 레스토랑에 등장한 자율주행 서빙로봇 ‘페니’(사진)가 좋은 예다. 페니의 한 달 대여비는 1500달러(약 170만원) 수준. 미국의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11~15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사람보다 유지비용도 저렴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고객들 역시 ‘팁’을 내지 않아도 돼 만족한다고 알려졌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스터디카페(공부방)들도 대부분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된다. 모든 출입 통제는 키오스크(무인기기)를 통해 진행되며 AI 감시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이용객 움직임을 분석한다. 분란을 일으키거나 소란을 피우는 것으로 보이면 자동으로 경비원을 호출하도록 설계돼 상주 직원 없이도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 반복노동 일자리의 무인화가 진행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 반복노동뿐 아니라 AI 발전에 따라 일자리 전체에 대해 요구하는 인지능력이 높아지는 점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예컨대 변호사 같은 전문직종은 과거엔 변호사 자격증만으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요구되는 지식의 수준과 범위가 급격히 올라갔다. 이젠 의사 출신 또는 공대 출신 변호사 등 2중3중 전문성을 활용하는 사례가 높아지고 있다. 간단한 소송이나 단순 법률상담은 굳이 인간 변호사가 나설 필요가 없어진 탓이다.
기존에 언론인이나 홍보업계 출신이 독점했던 마케팅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그로스 해커(Growth Hacker)’라는 신종 직종이 생겨나며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로스 해커란 프로그래밍과 통계프로그램 등 첨단기술에 능숙한 엔지니어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뜨는 이유는 마케팅에 대한 접근방식이 툴(도구)과 통계분석 위주로 개편된 영향이다. 첨단기술 활용능력이 있는 한 명의 뛰어난 마케터가 수십명이 뭉친 전통적 마케팅팀을 실적으로 앞지를 수 있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교수)은 “사회복지 관점에서 지나치게 AI에 잠식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쇄국정책을 펴거나 혁신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전세계가 AI로 경쟁하는 마당에 자칫 경쟁력을 잃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AI가 일자리의 일부를 대체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대체 과정에서 개개인의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화에 맞춰 해외시장 선점에 힘쓰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지금의 노동 수요를 유지하거나 도리어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재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기술변화에 발맞춘 재교육과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재교육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정부가 국가, 기업, 개인이 같이 나아갈 수 있도록 면밀한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반면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무엇보다 ‘노동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AI가 모든 직업을 대체하기엔 경제성 문제 등으로 시간이 걸리는데도 AI 도입을 지렛대 삼아 노동자들을 “값싸게” 쓰는 방법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선진국들도 첨단기술 활용보다 여전히 이주노동자, 저임금 비정규직, 아웃소싱 등을 활용해 값싼 노동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AI가 노동집약적 산업 혁신의 요소는 있지만 완전히 대체하는 흐름은 아니다. 정부 정책의 흐름이 지나치게 ‘AI 식민지화’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조던 피터슨 토론토대 교수(전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 2017년 한 강연에서 발언해 화제가 됐던 내용이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똑똑하고 IQ가 높은 사람들에게 부와 일자리가 집중되는 반면 대부분의 보통사람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
그의 경고는 2년여가 지난 지금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단순 반복노동의 경우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맞춰 완벽한 무인화로 넘어가는 추세다.
미국의 한 레스토랑에 등장한 자율주행 서빙로봇 ‘페니’(사진)가 좋은 예다. 페니의 한 달 대여비는 1500달러(약 170만원) 수준. 미국의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11~15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사람보다 유지비용도 저렴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고객들 역시 ‘팁’을 내지 않아도 돼 만족한다고 알려졌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스터디카페(공부방)들도 대부분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된다. 모든 출입 통제는 키오스크(무인기기)를 통해 진행되며 AI 감시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이용객 움직임을 분석한다. 분란을 일으키거나 소란을 피우는 것으로 보이면 자동으로 경비원을 호출하도록 설계돼 상주 직원 없이도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 반복노동 일자리의 무인화가 진행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 반복노동뿐 아니라 AI 발전에 따라 일자리 전체에 대해 요구하는 인지능력이 높아지는 점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예컨대 변호사 같은 전문직종은 과거엔 변호사 자격증만으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요구되는 지식의 수준과 범위가 급격히 올라갔다. 이젠 의사 출신 또는 공대 출신 변호사 등 2중3중 전문성을 활용하는 사례가 높아지고 있다. 간단한 소송이나 단순 법률상담은 굳이 인간 변호사가 나설 필요가 없어진 탓이다.
기존에 언론인이나 홍보업계 출신이 독점했던 마케팅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그로스 해커(Growth Hacker)’라는 신종 직종이 생겨나며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로스 해커란 프로그래밍과 통계프로그램 등 첨단기술에 능숙한 엔지니어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뜨는 이유는 마케팅에 대한 접근방식이 툴(도구)과 통계분석 위주로 개편된 영향이다. 첨단기술 활용능력이 있는 한 명의 뛰어난 마케터가 수십명이 뭉친 전통적 마케팅팀을 실적으로 앞지를 수 있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교수)은 “사회복지 관점에서 지나치게 AI에 잠식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쇄국정책을 펴거나 혁신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전세계가 AI로 경쟁하는 마당에 자칫 경쟁력을 잃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AI가 일자리의 일부를 대체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대체 과정에서 개개인의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화에 맞춰 해외시장 선점에 힘쓰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지금의 노동 수요를 유지하거나 도리어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재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기술변화에 발맞춘 재교육과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재교육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정부가 국가, 기업, 개인이 같이 나아갈 수 있도록 면밀한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반면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무엇보다 ‘노동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AI가 모든 직업을 대체하기엔 경제성 문제 등으로 시간이 걸리는데도 AI 도입을 지렛대 삼아 노동자들을 “값싸게” 쓰는 방법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선진국들도 첨단기술 활용보다 여전히 이주노동자, 저임금 비정규직, 아웃소싱 등을 활용해 값싼 노동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AI가 노동집약적 산업 혁신의 요소는 있지만 완전히 대체하는 흐름은 아니다. 정부 정책의 흐름이 지나치게 ‘AI 식민지화’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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