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 미세공정 지체 문제 남아
인텔은 지난 1일 로버트 스완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CEO로 공식 임명했다. 브라이언 크자르니크 전 인텔 CEO가 ‘사내 연애’ 추문으로 자리에서 내려온 지 7개월 만이다. 인텔은 그동안 공석인 CEO 자리를 놓고 다양한 인물을 검토해왔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만 해도 산제이 자 전 글로벌파운드리 CEO, 아난드 찬드라세커 퀄컴 수석부사장, 르네 제임스 전 인텔 사장 등이었다. 그러나 인텔은 다수의 예상을 깨고 임시 수장을 맡던 스완을 CEO로 임명했다.
스완 CEO는 2016년 인텔에 CFO로 합류했다. 그동안 제너럴일렉트릭(GE), HP엔터프라이즈, 이베이, 웹밴, TRW 등에서 재무 업무를 맡은 정통 재무전문가다. 전임 CEO인 브라이언 크자르니크가 25년 이상 인텔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번 CEO 선출로 인텔이 스스로 ‘불문율’을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은 그동안 자사 출신 엔지니어를 CEO로 임명해왔다. 이전 6명의 CEO중 비 엔지니어 출신은 5대 CEO인 폴 오텔리니 한 명뿐이다. 오텔리니도 40년 이상 인텔에서 몸담은 ‘인텔맨’으로 분류된다.
왜 인텔은 엔지니어도, 자사 출신도 아닌 스완을 CEO로 임명했을까. 우선 전임 CEO가 급히 사퇴하며 벌어진 혼란과 CPU 공급부족 사태 등을 무난하게 수습한 점이 꼽힌다. 앤디 브라이언트 인텔 이사회 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로버트 스완은 임시 CEO로서 지난 7개월간 뛰어난 역량을 보였고 지난 해 좋은 결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완 CEO 앞에는 난제들이 남아있다. 우선 지난해 7월부터 인텔을 붙잡은 CPU 공급 부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최근 인텔은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급 문제가 적어도 7월은 되어야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자인 AMD의 추격도 무섭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AMD의 글로벌 데스크톱 PC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출하량 기준 12.3%에 달했다. 90% 이상 점유율을 자랑하던 인텔은 시장을 계속 AMD에 내주고 있다. 미세공정 기술력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AMD는 올해 7나노미터(nm) 공정을 적용한 CPU를 내놓을 예정이다. 반면 인텔은 10nm 공정을 적용한 신제품을 올 하반기 이후에나 내놓을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인텔은 AMD, 퀄컴 등 여러 경쟁자와 직면해 있으며 스완 CEO는 프로세서 수급 문제와 10nm 공정 이행 지연 등 여러 문제가 인텔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확신을 투자자에게 주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