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역' 도전하는 IPO 시장…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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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주가는 ‘신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만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란 뜻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예측이 가능해 보이는 분야가 있는데요. 바로 비상장회사의 공모가 산정입니다. 정확한 가격 예측을 위한 수십년의 노하우가 녹아있을테니까요.
신규상장(IPO) 기업의 주가는 간단히 말해 증권사가 한 번, 기관투자가들이 한 번 이렇게 두 차례 예측합니다. 먼저 증권는 ‘희망가격 범위’란 것을 내놓는데요. 상장업무를 맡아 주식을 세일즈하면서 대충 이 가격대가 적정하다고 기관에게 안내하는 가격 입니다. 비슷한 상장사(peer)를 찾은 다음에 고객사의 순이익이 기존 상장사의 두 배면, 시가총액도 두 배로 잡는 식이죠. 꽤 정확하고 어렵지도 않을 것 같죠?
최종 공모가는 두 번째 절차를 거쳐 정합니다. 기관이 원하는 가격과 물량을 써내도록 하는 ‘수요예측’입니다. 시장의 실제 수급을 반영하는 셈입니다. 보통 100곳 넘는 기관이 참여하니까 ‘신의 능력’에 상당히 근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증권사와 기관의 예측은 얼마나 잘 들어맞았을까요? 관련 통계자료가 없어 2018년 신규상장 일반기업 77곳 전체를 한번 뜯어봤습니다.
먼저 증권사의 실력을 알아봤습니다. 증권사가 제시한 ‘범위 안(inside the range)’에서 공모가가 정해진 사례를 세어보니 40건이었습니다. 범위를 충분히 넓게 잡았는데도 나머지 37건이 빗나갔습니다. 동전 던지기 수준이네요. 어떤 종목은 범위 상단보다 57%나 비싸게, 어떤 종목은 하단보다 33%나 낮은 가격에 정해졌습니다.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하면서 “역시 증권쟁이들 예측은 형편없다”고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기관의 실력은 어떨까요? 먼저 유념해야 할 게 공모가는 기관이 생각하는 상장후 주가보다 최소 5% 이상 낮아야 정상이란 점입니다. 그래야 상장 직후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결과를 뜯어보니, 상장 첫날 57개 기업은 기관이 정한 공모가 위에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손해를 본 종목도 20개나 되네요. 100곳 넘는 기관의 ‘설문’ 참여로 정해진 가격이라고 믿기 힘든 오차범위입니다.
역시 주가는 신도 모르는 게 맞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신규상장(IPO) 기업의 주가는 간단히 말해 증권사가 한 번, 기관투자가들이 한 번 이렇게 두 차례 예측합니다. 먼저 증권는 ‘희망가격 범위’란 것을 내놓는데요. 상장업무를 맡아 주식을 세일즈하면서 대충 이 가격대가 적정하다고 기관에게 안내하는 가격 입니다. 비슷한 상장사(peer)를 찾은 다음에 고객사의 순이익이 기존 상장사의 두 배면, 시가총액도 두 배로 잡는 식이죠. 꽤 정확하고 어렵지도 않을 것 같죠?
최종 공모가는 두 번째 절차를 거쳐 정합니다. 기관이 원하는 가격과 물량을 써내도록 하는 ‘수요예측’입니다. 시장의 실제 수급을 반영하는 셈입니다. 보통 100곳 넘는 기관이 참여하니까 ‘신의 능력’에 상당히 근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증권사와 기관의 예측은 얼마나 잘 들어맞았을까요? 관련 통계자료가 없어 2018년 신규상장 일반기업 77곳 전체를 한번 뜯어봤습니다.
먼저 증권사의 실력을 알아봤습니다. 증권사가 제시한 ‘범위 안(inside the range)’에서 공모가가 정해진 사례를 세어보니 40건이었습니다. 범위를 충분히 넓게 잡았는데도 나머지 37건이 빗나갔습니다. 동전 던지기 수준이네요. 어떤 종목은 범위 상단보다 57%나 비싸게, 어떤 종목은 하단보다 33%나 낮은 가격에 정해졌습니다.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하면서 “역시 증권쟁이들 예측은 형편없다”고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기관의 실력은 어떨까요? 먼저 유념해야 할 게 공모가는 기관이 생각하는 상장후 주가보다 최소 5% 이상 낮아야 정상이란 점입니다. 그래야 상장 직후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결과를 뜯어보니, 상장 첫날 57개 기업은 기관이 정한 공모가 위에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손해를 본 종목도 20개나 되네요. 100곳 넘는 기관의 ‘설문’ 참여로 정해진 가격이라고 믿기 힘든 오차범위입니다.
역시 주가는 신도 모르는 게 맞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