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아이돌 광고 모델로 돌아선 이유는
한때 금융회사들은 ‘아이돌’ 스타를 광고 모델로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미지 관리가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의 아이돌이 젊은 혈기에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요. 그래서 은행들은 아예 광고모델을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40대 이상의 안정감을 주는 모델을 썼습니다. 우리은행은 한 때 개그맨 유재석을, KEB하나은행은 과거 하나은행 시절 탤런트 유준상을 모델로 쓰기도 했지요. 기업은행은 원로 방송인 송해를 모델로 기용해 상당한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같은 은행들의 고정관념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우리은행은 최근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와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최근 인기 아이돌그룹 ‘워너원’과 광고계약이 끝나면서 후속 모델 선정에 고심 중입니다.

은행들의 아이돌 모델 열풍을 이끈 것은 국민은행이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2월부터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광고모델로 썼습니다. 올해도 BTS와의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지요. 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 ‘KB X BTS 적금’을 출시해 반 년 만에 개설계좌가 18만좌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은행들이 이처럼 아이돌 모델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은행들은 크게 두가지 이유를 꼽았습니다. 우선 은행들이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인 점을 감안했을 때 신규 고객을 늘리기 위해선 20~30대를 공략해야한다는 전략을 공통적으로 세웠습니다. 40~50대는 은행의 광고모델 이미지가 훼손되더라도 거래 은행을 잘 바꾸지 않는 반면, 20~30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모델에 따라 은행을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아이돌 팬들은 과거와 달리 굉장히 적극적으로 팬 활동을 한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모델로 있는 은행에서 예적금을 들고 카다를 발급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연예기획사들이 과거와 달리 아이돌들의 이미지를 철저히 관리한다는 점도 은행들의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BTS의 경우 명실공히 글로벌 스타이기 때문에 더 철저히 사생활 관리를 한다”며 “철저한 프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아이돌들의 이미지 훼손을 우려할 일이 적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