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민간 단체들과 함께 오는 7일 개최하는 '북방영토(일본이 주장하는 '쿠릴 4개 섬'의 명칭) 반환요구 전국대회'에서 러시아를 배려해 예년과 달리 '불법 점거'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내각부와 전국 지사회 등 단체들은 매년 '북방영토의 날'을 기념해 전국대회를 개최하는데, 그때마다 참가자들의 결의를 담은 '대회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韓엔 강경·러엔 몸낮춘 日…"북방영토 불법점거" 표현 안쓰기로
통신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대회 주최측이 작년까지 사용하던 '북방 4개섬이 불법으로 점거돼 있다'는 표현을 올해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주최측은 이와 함께 과거 호소문에 있던 '해결이 더 이상 늦춰지는 것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말 역시 완화된 표현으로 수정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과 쿠릴 4개 섬의 반환 문제를 '전후 외교의 총결산'이라고 명명하며 진전에 힘을 쏟고 있다.

아베 정권은 '4개섬 모두 반환'에서 '2개 섬만 우선 반환'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한편 양국간 정상회담과 외교 장관 회담을 잇따라 개최하면서 성과를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러시아측은 쿠릴 4개섬이 러시아의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일본측에 요구하며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韓엔 강경·러엔 몸낮춘 日…"북방영토 불법점거" 표현 안쓰기로
지난달 15일만 해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에게 일본이 쿠릴 4개섬을 '북방영토'라고 표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주최측이 예년보다 톤을 낮춘 호소문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자세를 낮춰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성과를 끌어내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나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 역시 '불법 점거'라는 표현을 피하고 있다며 행사 주최측도 평화조약 체결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러시아에 대해 이처럼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과거사나 초계기 저공비행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에 대해 강경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정부간 협의를 요청하며 강경 대응을 한 데 이어 국제 여론전을 노리고 제3국 위원이 참여하는 중재위 회부 절차를 밟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韓엔 강경·러엔 몸낮춘 日…"북방영토 불법점거" 표현 안쓰기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