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로 정착해 8년 만에 세계 챔피언
라떼아트로 월드투어하며 커피 연구
자신의 이름 딴 브랜드 '타이거러스' 론칭
이런 커피강국에서 4~5년 전부터 한국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호주 국가대표 커피 챔피언은 수년 째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고, 이름난 카페와 로스터리에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자신의 브랜드를 창업한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한국인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을 인터뷰했다.
③차성원 타이거러스 에스프레소 대표 & 2015 월드라떼아트 챔피언
커피는 아예 몰랐다. 영업직이었으니 하루 하루 성과를 내는 데 급급했다. 호주를 택했던 것도 단순했다. 멜버른에 사는 친구가 자주 업데이트하는 (당시 싸이월드)사진을 보며 오랫동안 동경해왔다고 했다. 일이 지겹고 힘들던 어느 날, 그렇게 속전속결로 호주행을 결심했다. 지난 달 30일 멜버른 타이거러스 에스프레소에서 만난 차 씨는 “도망치듯 온 호주에서 완전한 나의 일을 찾았다”고 했다.
기술도 없이 도전한 호주 생활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 20대 초반에 떠나는 워킹홀리데이를 서른 살을 앞두고 왔으니 당연했다. 맨 처음 아르바이트는 시급 8달러로 시작했다. 몸값을 높이기 위해 윌리엄앵글리스라는 호주 최대 외식 및 호텔경영 전문학교를 들어가 ‘커피’를 배웠다. 첫 시작이었다. 수료증을 받고 필드로 나오니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고 했다. 그는 “커피 한 잔을 만드는 과정을 하나 하나 분리하면 23~24단계인데, 이를 하루 200잔에서 많을 때는 1000잔까지 수도 없이 반복해야 했다”고 말했다. 물론 시급도 당시 8달러에서 17달러로 2배 이상 올랐다. 업계에서 베테랑으로 인정받은 무렵인 2013년 당시 슬럼프가 찾아왔다. 호주에 더 있어야 할 지, 이 일을 계속해야 할 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출전 두 해 만인 2015년 국가대표로 선발, 스웨덴에서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에서 라떼아트 부문 1위를 거머쥐었다. 쟁쟁한 바리스타와 수 없이 많은 심사위원들이 나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 그에게 긴장같은 건 아예 모르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오히려 너무 긴장하고 무서운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에,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정했다”고 했다. 호랑이를 떠올리면서 힘을 내게 됐다는 것. 슬럼프는 물론 경쟁에 대한 두려움을 떨친 뒤 그는 월드라떼 챔피언이 됐다. 호주 국가대표 자격이었다.
“2015년 챔피언이 된 이후 최근까지도 월드 투어를 다녔습니다. 가본 나라마다 세계 지도에 표시를 하곤 했는데, 지금 보니 아프리카를 제외하곤 거의 다 핀이 꽂혀 있네요.”
긴 여행을 마친 그는 본격적으로 커피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6개월 전 멜버른 중심에 ‘타이거러스 에스프레소’를 론칭했다. 곧 2호점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타이거러스 에스프레소를 5개 정도까지 만들고, 그 중 1개 점포는 바리스타 트레이닝 센터로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세계대회 챔피언 출신으로 유일하게 세계대회 심사위원 자격도 따냈다. 방송 진출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멜버른=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