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페르 브로딘 이케아 그룹 CEO(왼쪽)과 토르비에른 뢰프 인터이케아 CEO(오른쪽). 한경DB
예스페르 브로딘 이케아 그룹 CEO(왼쪽)과 토르비에른 뢰프 인터이케아 CEO(오른쪽). 한경DB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가 이달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가구 임대 사업을 시작한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매출 확대 등으로 이익 증가율이 2년새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공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이다. 가구 디자인부터 제조·판매 등 70여 년간 해왔던 전통적인 사업 모델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실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토르비에른 뢰프 인터이케아 최고경영자(CEO·오른쪽)는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일정 기간 다양한 가구를 임대하고, 임대 기간이 끝나면 다른 가구를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가정용 가구보다 임대 수요층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기업 소비자들에 사무용 가구를 먼저 임대할 예정이다. 임대 기간, 가격, 임대 가능한 가구 종류 등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가령 이케아가 설계한 가정용 부엌의 경우, 공사를 거치지 않고도 새로 출시된 가구를 임대해 바로 설치할 수 있다. 이케아는 또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오래된 가구의 경첩, 나사 등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을 판매해 재활용 빈도를 높일 계획이다. 뢰프 CEO는 “임대 사업은 이케아 가구를 재사용할 수 있는 순환 비즈니스 또는 ‘구독 서비스’ 모델의 일환”이라며 “오래된 가구를 버리는 대신 제품을 보수할 수 있어 수명주기가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FT는 “이케아가 팝업 스토어, 온라인 판매 등 서비스를 개선한 데 이어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이케아가 ‘가구 임대’라는 신사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매출 성장세가 정체되고 이익 증가율이 현저하게 떨어져서다. 이케아의 순수익은 2016년 40억유로를 넘어섰으나 지난해에는 이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이케아의 고유 영역인 가구 판매에 나서고 있는 데다 이들 역시 가구 임대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구 임대 사업 이케아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구 임대는 소비자들이 ‘이케아 플랫폼’을 이용하게 만들 수 있지만 반대로 가구 수명이 길어져 새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케아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해 가구 배치를 시각화할 수 있는 ‘피지털(phygital)’ 서비스를 실시해 이목을 끌었지만, 추가 비용 부담과 한정된 제품 목록 때문에 영국 등에서 소비자들의 이용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