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당분간 박스권 전망…北美·美中 정상회담 변수 될 듯"

지난 1월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3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사자'에 나서 증시 반등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월 한 달간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4조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월별 순매수 금액으로는 2015년 4월(4조6천493억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개인은 3조2천295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은 8천431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의 강한 '사자'에 힘입어 코스피는 1월에 8.03% 상승했다.
외국인 1월 코스피 4조원 '쇼핑'…45개월 만에 최대
지수는 2월 1일 현재 2,203.46으로 작년 10월 수준을 거의 회복됐다.

종목별(우선주 제외)로 보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3천352억원어치 쓸어 담았고 SK하이닉스도 8천224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78.0%가 이들 양사에 집중된 셈이다.

또 한국전력(1천927억원), 삼성SDI(1천238억원), LG화학(1천72억원), SK(1천32억원) 등 주식도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도 반도체가 속한 전기전자 순매수 규모가 3조4천502억원으로 전체의 85.2%를 차지했고 금융(4천873억원), 화학(2천682억원), 건설(2천189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는 작년 4분기 증시 급락으로 주가가 싸진데다 미중 무역분쟁 및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등 불안 요소가 완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장의 눈길은 외국인 '사자' 흐름이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월처럼 강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증시의 급격한 하락 전환 가능성도 작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전반의 안도감에 힘입어 주가의 하방 경직성이 크지만, 경기 둔화 및 기업 이익 감소에 따라 주가 상단도 제한된다"며 "2,080~2,250가량의 박스권 흐름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국 정책 당국이 경기 부진·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우려하며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작년보다 증시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이라며 "지수 저점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통화 긴축 완화, 중국의 경기 안정화 정책이 지수 하락을 제한할 것이며 달러 강세 압력이 약해지면서 외국인 수급도 양호하다"며 "중기적으로 2분기 이후 완만한 반등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으며, 중국 등의 경기 부양책도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급격한 코스피 반등으로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매력이 약해진 점, 실적발표 시즌 등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나 조정 강도는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과 이달 말 개최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 등 이벤트가 증시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용욱 센터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가 확정되고 미중 정상회담이 가시화한 것은 증시에 긍정적인 요소"라며 "다만 두 회담에 관한 소식이 그동안 계속 나오면서 기대감은 이미 증시에 반영된 상황이어서 회담 개최 자체보다는 그 결과에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회담에서는 대북 경제 제재가 풀린다는 내용이 나와야 시장에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개의 이벤트로 인해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는 당분간 짙어지겠지만 대북주 등 관련주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미 회담은 양국이 2월 말 개최를 목표로 추진해온 것으로, 이미 시장에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며 "당장 펀더멘털 자체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어서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