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율 셀젠텍 대표가 마약류 약품 출입을 실시간으로 관리해주는 ‘에스키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김회율 셀젠텍 대표가 마약류 약품 출입을 실시간으로 관리해주는 ‘에스키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2012년이었다. 유명 연예인이 ‘프로포폴’이라는 마약류 약품을 상습적으로 투약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흰색이어서 ‘우유주사’라고도 하고, 맞기만 하면 ‘꿀잠’을 잘 수 있는 약이라고 했다. 이후로도 마약류 약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벌어진 사건들이 계속 이어졌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섰다. 오는 5월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한다. 이후에는 마약류를 사용하는 병원 및 약국 등은 취급 전 과정을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김회율 셀젠텍 대표는 “우리가 만든 에스키퍼는 마약류 취급과 관리를 편리하고 빠르게 빈틈없이 해주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OTP에 지문까지 철통보안

'에스키퍼', "센서 통해 병원의 마약류 반출 내역 자동 기록"
김 대표가 작은 냉장고만 한 금고를 가리켰다. 에스키퍼를 설치한 이중잠금장치 금고였다. 마약류 관리법에 따르면 마약류 약품은 이중으로 잠글 수 있는 장치에 보관해야 한다.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시범을 보여줬다. 먼저 스마트폰으로 비밀번호를 받아야 했다. 고정된 비밀번호가 아니라 은행 OTP(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처럼 비밀번호를 내려받아 사용해야 한다. 누가 비밀번호를 내려받아 금고를 열었는지는 모두 기록에 남는다. 문자를 통해 받은 4자리 번호를 입력하고 지문을 인증하자 마침내 금고가 열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금고 입구에 숨겨진 센서가 금고에서 나오는 약품들을 감지해 변동사항을 실시간으로 서버에 기록했다.

김 대표는 “대형마트나 유니클로에서 사용하는 도난방지 태그와 같은 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매장 출입구마다 있는 도난방지 게이트는 계산되지 않은 상품이 통과하려 하면 전자태그를 감지해 경보를 울린다. 에스키퍼도 마약류 약품에 붙은 전자태그를 감지해 약품 출입 여부를 기록한다. 김 대표는 “약병을 꺼내 일부 용량을 덜어낸 뒤 다시 집어넣었을 때 무게 변화를 감지해 기록하는 기능을 연말까지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시범을 보인 제품의 가격은 약 300만원 중반대다.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변신 중

김 대표는 최근 인건비 증가로 인근 병원들끼리 간호사를 공유하는 사례가 늘면서 에스키퍼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은 늘어나는데 간호사 수는 줄어 약품 관리에 허점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5월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이 시행됨에 따라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원과 약국 등은 2년 안에 관리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약제부가 따로 있는 대형 병원 대신 중소형 병원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16년 기준 마약류를 취급하는 곳이 국내에 5만7000곳”이라며 “1800억원 규모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셀젠텍은 2001년 피시피아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김 대표를 포함해 삼성전자 출신 동기 4명이 나와서 창업했다. 초기에는 서버를 만드는 일을 하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군용 시뮬레이터를 제작해 납품했다. 이후 서버를 외부 해커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화벽을 만들기도 하고 화학실험에 필요한 시뮬레이터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2016년 코넥스에 상장했다.

셀젠텍으로 사명을 바꾼 건 지난해 6월이다. 외부 투자 대신 기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생명공학기술(BT) 분야 벤처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세포(cell)와 유전자(gene) 등 단어를 합쳐 새로 지은 사명이 셀젠텍이다.

셀젠텍은 오송에 연구개발(R&D)센터도 짓고 있다. 6월 완공 예정이다. 이곳에서 대장암 진단 플랫폼과 자연살해세포(NK)를 활용한 신약 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내년 5~6월 코스닥시장 상장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전=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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