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현담 타임폴리오운용 매니저
작년 하락장서 7% 수익 화제
서울대 주식투자동아리서 '명성'
과거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아
전날 종가 보고 투자 시나리오 짜
싼 2등주보다 '1등 지배주' 선호
올해는 지배구조 개편주에 주목
쟁쟁한 매니저가 많은 타임폴리오운용에서도 강현담 매니저는 단연 ‘에이스’로 꼽힌다. 1988년생으로 입사 5년차에 불과하지만 사내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굴린다. 비슷한 시기 대형 증권사에 입사한 친구들보다 20배 이상의 연봉(성과급 포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여의도에서 20~30대 젊은 펀드매니저의 우상으로 떠올랐다”고 귀띔했다.
언론과의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강 매니저에게 올해 시장 전망을 물었더니 “의미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시장을 예단하지 않는 것이 투자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령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진행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다시 짜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국제 정세, 환율, 유가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매일 시장을 다시 판단하기 때문에 시장 전망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 매니저는 “전날 종가가 나의 오늘 매입가”라고 강조했다. 이전까지의 주식 가격이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는 “과거 수익률과 주식 가격에 얽매이기 시작하면 과감히 손절매하거나 사들이기 어렵다”며 “매일 새로 짠 시나리오에서 그 주식이 현재 몸값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인 스믹(SMIC) 출신(27기)이다. 타임폴리오 창업자인 황성환 대표(1기)의 직속 후배다. 황 대표의 카리스마와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에 끌려 입사했다. 대학 시절 다진 실력으로 입사 첫해부터 좋은 성과를 냈지만 대다수 젊은 펀드매니저가 그렇듯 곧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주말마다 회사에 출근해 실력을 키웠다. 강 매니저는 “해외 사이트와 전자공시를 분석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습관을 들였다”며 “증권사 보고서처럼 모두에게 알려진 정보에 의존해서는 수익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2016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졌을 때 몸값이 낮아진 정유·화학주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정유·화학주의 스프레드(원재료와 완제품 가격 차)가 개선될 것이란 역발상이 맞아떨어졌다.
주식시장이 한창 뜨겁던 2017년 중반에는 정유·화학주를 매도하고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바이오주를 매입해 수배의 차익을 올렸다. 다른 매니저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황 대표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는 “매일 종목을 들여다보면 단기 시각에 매몰될 수 있다”며 “경영자 입장에서 기업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 펀드매니저에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매니저는 “2017년 당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바이오주에 대한 비관론이 대부분이었지만 공시를 통해 바이오주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며 “그때도 개인 고수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주목받을 업종을 포착하면 시장 지배력을 갖춘 1등 업체부터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강 매니저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작다고 2등 주식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처럼 대장주의 지배력이 점점 더 강해지는 시대”라고 말했다.
펀드매니저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으로는 선입관을 꼽았다. 그는 증권·운용업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주식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주식에 대한 아이디어는 본인의 분석과 팀 동료들과의 토론을 통해서만 얻는다. 올해 그는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있는 주식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강 매니저는 “한진 사례처럼 기관투자가의 주주환원 요구가 더 활발하게 나타나면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는 주식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