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電공기업에 파견된 2200명 직접고용…민간업체 일감·인력 '박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발전사 정규직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서부발전 사망 사고' 후속 대책
黨·政, 공기업 신설해 고용…발전 5社 공동출자 등 거론
민간업체 폐업 위기 내몰리고 공기업은 적자 누적 우려
"정규직 되면 사고 안나나…열악한 근무환경부터 고쳐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서부발전 사망 사고' 후속 대책
黨·政, 공기업 신설해 고용…발전 5社 공동출자 등 거론
민간업체 폐업 위기 내몰리고 공기업은 적자 누적 우려
"정규직 되면 사고 안나나…열악한 근무환경부터 고쳐야"
정부와 여당이 태안화력발전소 근무 중 사망한 김용균 씨와 같은 산업재해 피해자를 막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민간 발전사 직원 2000여 명의 공기업 직접 고용’이란 초강수를 내놨다. 발전소 근로자 사망 사고가 민간 협력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에게 일어나는 현실을 바꾸려면 공기업 직고용밖에 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책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민간 발전사 직원의 공기업 정규직 전환을 주장해온 노동계는 환영하는 반면 민간 발전사와 전문가들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문제의 본질은 발전소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지 공기업 직고용이 아니란 지적이다. 민간 발전업체는 일감은 물론 직원까지 공기업에 빼앗겨 폐업 위기에 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발전 공기업 역시 민간 협력업체 직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해 비용 부담 우려를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공기업 독점 구조만 고착화돼 비효율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당정 “위험의 외주화 막기 위해 불가피”
당정은 지난 5일 김용균 씨 사건 후속 대책으로 발전 공기업에서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를 담당하는 민간회사 직원 2200여 명을 공기업이 직고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자회사에서 운전 정비를 담당하는 인력 상당수는 민간 발전사에서 파견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민간 발전사의 정규직 직원이다. 이들 파견 직원을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직고용 대상은 5개 민간업체, 총 2266명이다. 한전산업개발 인력이 1702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발전기술 300명, 수산인더스트리 142명, 금화PSC 73명, 일진파워 49명 등이다. 이들 인력은 5개 발전 공기업 정원(1만1800여 명)의 약 19%에 해당한다.
직고용은 별도의 공공기관을 설립해 민간 인력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5개 발전 자회사가 함께 출자해 공기업을 세우거나 한국전력 산하에 자회사를 세우는 방안, 한전이 2대 주주인 한전산업개발을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연료·환경설비 외에 경상정비 분야의 공기업 직고용도 검토하기로 했다. 경상정비 분야 민간업체 인력은 3091명에 이른다. 이들까지 공기업 직고용이 확정되면 총 5357명의 민간 인력이 공기업 직원이 된다. 발전소 운전 정비 시장 자체를 공기업 독점 구조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민간업체 생존권 위협” 지적도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엉뚱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발전소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이란 본질은 제대로 건드리지 않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치 이슈로 접근했다”며 “공기업 직고용 직원이 많아진들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고가 줄겠느냐”고 반문했다.
민간기업의 경영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발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민간 발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 직원의 70% 이상이 발전소 운전 정비 직원인데 이들이 공기업으로 빠져나가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원청이 지휘하는 파견 형태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공기업 직고용을 추진하겠다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력업체 인력을 원청업체가 직접 지휘하는 파견 근로는 공기업 직고용 필요성이 있지만 발전소 운전 정비 업무는 순수한 위탁 형태여서 공기업 직고용을 강제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민간 발전사의 총인력에서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경상정비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전산업개발 60.9%, 금화PSC 93.5%, 일진파워 88.5%, 한국발전기술 69.3% 등이다. 이들 인력이 공기업으로 빠져나가면 사실상 일감도 뺏기고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게 민간 발전사들의 주장이다.
발전소 운전·정비 시장이 공기업 독점 구조로 돌아가 비효율이 심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발전소 운전·정비 시장은 과거 공기업이 독점했으나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가 나서 민간 전문기업 육성을 시작했다. 민간이 참여해 경쟁 체제가 갖춰져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직고용 압박을 받는 공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 새로 공공기관을 세워 직고용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발전5사 공동 출자 방안이나 한전 자회사 설립 방안이나 모두 기존 공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전과 발전5사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 이후 재무구조가 나빠진 상황이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대책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민간 발전사 직원의 공기업 정규직 전환을 주장해온 노동계는 환영하는 반면 민간 발전사와 전문가들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문제의 본질은 발전소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지 공기업 직고용이 아니란 지적이다. 민간 발전업체는 일감은 물론 직원까지 공기업에 빼앗겨 폐업 위기에 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발전 공기업 역시 민간 협력업체 직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해 비용 부담 우려를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공기업 독점 구조만 고착화돼 비효율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당정 “위험의 외주화 막기 위해 불가피”
당정은 지난 5일 김용균 씨 사건 후속 대책으로 발전 공기업에서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를 담당하는 민간회사 직원 2200여 명을 공기업이 직고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자회사에서 운전 정비를 담당하는 인력 상당수는 민간 발전사에서 파견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민간 발전사의 정규직 직원이다. 이들 파견 직원을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직고용 대상은 5개 민간업체, 총 2266명이다. 한전산업개발 인력이 1702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발전기술 300명, 수산인더스트리 142명, 금화PSC 73명, 일진파워 49명 등이다. 이들 인력은 5개 발전 공기업 정원(1만1800여 명)의 약 19%에 해당한다.
직고용은 별도의 공공기관을 설립해 민간 인력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5개 발전 자회사가 함께 출자해 공기업을 세우거나 한국전력 산하에 자회사를 세우는 방안, 한전이 2대 주주인 한전산업개발을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연료·환경설비 외에 경상정비 분야의 공기업 직고용도 검토하기로 했다. 경상정비 분야 민간업체 인력은 3091명에 이른다. 이들까지 공기업 직고용이 확정되면 총 5357명의 민간 인력이 공기업 직원이 된다. 발전소 운전 정비 시장 자체를 공기업 독점 구조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민간업체 생존권 위협” 지적도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엉뚱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발전소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이란 본질은 제대로 건드리지 않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치 이슈로 접근했다”며 “공기업 직고용 직원이 많아진들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고가 줄겠느냐”고 반문했다.
민간기업의 경영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발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민간 발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 직원의 70% 이상이 발전소 운전 정비 직원인데 이들이 공기업으로 빠져나가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원청이 지휘하는 파견 형태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공기업 직고용을 추진하겠다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력업체 인력을 원청업체가 직접 지휘하는 파견 근로는 공기업 직고용 필요성이 있지만 발전소 운전 정비 업무는 순수한 위탁 형태여서 공기업 직고용을 강제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민간 발전사의 총인력에서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경상정비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전산업개발 60.9%, 금화PSC 93.5%, 일진파워 88.5%, 한국발전기술 69.3% 등이다. 이들 인력이 공기업으로 빠져나가면 사실상 일감도 뺏기고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게 민간 발전사들의 주장이다.
발전소 운전·정비 시장이 공기업 독점 구조로 돌아가 비효율이 심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발전소 운전·정비 시장은 과거 공기업이 독점했으나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가 나서 민간 전문기업 육성을 시작했다. 민간이 참여해 경쟁 체제가 갖춰져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직고용 압박을 받는 공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 새로 공공기관을 세워 직고용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발전5사 공동 출자 방안이나 한전 자회사 설립 방안이나 모두 기존 공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전과 발전5사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 이후 재무구조가 나빠진 상황이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