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제이브이엠 부회장(둘째줄 왼쪽 여섯 번째)이 캄보디아에 세운 학교에서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이브이엠 제공
김준호 제이브이엠 부회장(둘째줄 왼쪽 여섯 번째)이 캄보디아에 세운 학교에서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이브이엠 제공
제이브이엠을 창업한 김준호 부회장은 1988년 폐암 진단을 받고 약 10년간 투병생활을 했다. 다행히 치료가 잘돼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 일을 계기로 김 부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됐다. 동시에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죽을 뻔한 인생을 다시 살게 되면서 주위를 돌아보니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보였다”는 게 김 부회장의 얘기다.

제이브이엠이 공을 들이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개발도상국에 초등학교를 지어주는 일이다. 1998년부터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에 매년 1~2개의 학교를 지어주고 있다. 지금까지 학교를 지어준 나라는 8개국, 학교 수는 32개에 이른다. 베트남, 필리핀, 러시아 등에서는 부모를 잃은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소양교육과 함께 고등교육 활동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외된 어린이를 돕는 활동을 한다. 이 회사 임직원은 2005년부터 분기마다 고아원을 방문해 각종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찾아가 깜짝 이벤트를 하는 등 아이들이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제이브이엠은 본사가 있는 대구의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민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렸던 2011년에는 가장 먼저 1억원의 후원금을 조직위원회에 냈다. 대구시가 주관하는 지역주민 대상 ‘사랑의 집수리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낡은 주택 수리비용을 후원하는 사업이다. 해마다 겨울이면 임직원과 직원 가족이 독거 노인을 대상으로 연탄을 배달해주는 봉사활동도 펼친다.

지역사회 봉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체 직원의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하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 대부분은 장기근속자다. 단순 노무를 하는 기업이 아니라 첨단 기술을 영위하는 기업 가운데 장애인 근로자를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한 곳은 많지 않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제이브이엠은 1988년 장애인 15명을 입사시켰다. 의도는 좋았지만 장애인이 제조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는 게 문제였다. 생산은 더뎌지고 공정 곳곳에서 불량이 생겼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굳은 믿음으로 물러서지 않았다. 비장애인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꾸준히 노력한 끝에 점차 상황이 나아졌다. 장애인의 근무기간이 늘어나면서 숙련도가 높아져 불량률도 떨어졌다.

대구=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