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제이브이엠 대표 "의약품 조제 자동화시스템 기술로 日 제쳐…내년 美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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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제이브이엠
"국내외 특허 700여건 보유
의약품 파우치 포장 新시장인
미국에서 글로벌 도약 발판 마련
후발주자 치고 나오자 日서 견제
특허권 침해 소송서 모두 승리
기술 중심 경영철학 지속할 것"
"국내외 특허 700여건 보유
의약품 파우치 포장 新시장인
미국에서 글로벌 도약 발판 마련
후발주자 치고 나오자 日서 견제
특허권 침해 소송서 모두 승리
기술 중심 경영철학 지속할 것"
“이르면 내년에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합니다. 글로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원년이 될 겁니다.”
이용희 제이브이엠 대표(70)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제이브이엠은 의약품 조제 자동화시스템을 만드는 한미약품 계열사다. 약국, 병원 등이 주요 거래처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을 잡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700건이 넘는 국내외 특허를 획득한 좋은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영남대 경제학과를 나온 이 대표는 대구지역 기업인 SL성산, 성일초자 등의 대표를 거친 뒤 2009년 제이브이엠 대표로 영입됐다.
▷해외에서는 의약품 파우치 포장(회당 투약 분량을 약포에 개별 포장하는 것)이 흔치 않다. 파우치 포장을 하는 제이브이엠 제품이 해외에서도 통하겠는가.
“해외에서는 파우치 포장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파우치 포장을 주로 하는 곳은 한국, 일본, 대만 정도다. 다른 나라에서는 약사가 약통을 통째로 주고 환자는 처방에 따라 약을 하나씩 꺼내 먹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에서도 파우치 포장이 더 편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그저 관행에 따라 약통을 통째로 줬던 것이기 때문에 파우치 포장에 대한 선호도가 확산되면 관행도 바뀔 것으로 본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굳어진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구권 일부 국가에 수출했는데 반응이 좋다. 유럽 최대 공장형 약국이 우리 회사의 ‘ATDPS-NSP’를 도입한 뒤 매우 만족하고 있다. ATDPS-NSP는 의약품을 자동 조제하고 올바르게 포장됐는지 검수까지 해주는 기기다. 이런 곳이 늘어나면 서구권에서도 파우치 자동 포장이 더 좋다는 인식이 점점 퍼질 것이다. 나중에는 이들 국가에서도 파우치 포장이 보편화될 것이다. 편리하고 경제적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해외 시장 상황은 어떤가.
“1970년대까지는 일본이 의약품 조제 자동화 시장을 석권했다. 우리는 후발주자였다.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꾸준히 기기를 개량했다. 예컨대 기기를 쓰다보면 내부에 약 가루가 쌓인다. 초창기에는 기기 분해가 안 돼 내부 청소가 어려웠다. 기기 내부를 청소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일본 업체들은 이런 요구에 귀기울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를 반영해 기기를 개량했다. 개량한 내용은 특허를 통해 보호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더 찾게 됐다. 지금은 일본을 빼고는 제이브이엠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여전히 일본 업체들이 잡고 있다.”
▷회사가 어려웠던 적은 없었나.
“일본 경쟁사들이 2000년대 들어 위협을 느끼고 특허권 침해 소송을 많이 냈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키코(KIKO) 사태’로 손해를 많이 입었다. 부채비율이 4000%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제품을 개량하며 시장의 문을 더 거세게 두드렸다. 그동안 우리 제품을 써보고 믿음을 갖게 된 병원과 약국의 신뢰도 도움이 됐다. 이런 정공법에 힘입어 회사는 다시 궤도에 올랐다. 유동성 위기가 해결됐다. 일본이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도 전부 승소했다.”
▷마약류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마약류를 다루는 병원·약국은 취급 과정을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산으로 보고해야 한다. 지금은 보고 누락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해주는 계도기간이다. 오는 6월이면 계도기간이 끝난다. 이때가 되면 제이브이엠의 의약품 관리 시스템 ‘인티팜’의 효용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 시스템 아래서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관련 의약품 접근이 원천 차단된다. 사후 추적관리도 용이하다. 큰 병원들은 이 시스템을 거의 다 도입했고 장기적으로는 개인병원으로도 확산될 것이다. 마약류 관리를 강화하는 흐름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도 인티팜 수요가 커질 것이다.”
▷최근 주력하는 연구개발(R&D) 분야는.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기기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파우치 안에서 알약 두 알이 정확하게 겹쳐 있다고 가정해보자. 육안으로 살피면 파우치의 두께와 빛 반사 등 여러 정황을 참고해 이를 잡아낼 수 있다. 그러나 기계가 화면으로 검수하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알약이 파우치에 들어 있는 수백만 가지 상황을 딥러닝으로 학습시키면 기기의 판단력을 개선할 수 있다. 기기의 오(誤)조제 검수 판단력을 능숙한 약사 수준으로 올리는 게 목표다.”
▷경영자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제이브이엠은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어 일본의 쟁쟁한 경쟁사를 다 물리쳤다. 기술력이 우수했던 덕분이고, 더 근본적으로는 기술 인재를 잘 키웠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기술 중시 전통을 잘 지켜나가고 더 강화하고 싶다. 내가 회사를 떠나도 이런 전통이 살아있도록 초석을 단단히 다질 것이다. 이런 인재 중심 철학이 모기업 한미약품의 진취적인 영업력과 결합하면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대구=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이용희 제이브이엠 대표(70)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제이브이엠은 의약품 조제 자동화시스템을 만드는 한미약품 계열사다. 약국, 병원 등이 주요 거래처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을 잡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700건이 넘는 국내외 특허를 획득한 좋은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영남대 경제학과를 나온 이 대표는 대구지역 기업인 SL성산, 성일초자 등의 대표를 거친 뒤 2009년 제이브이엠 대표로 영입됐다.
▷해외에서는 의약품 파우치 포장(회당 투약 분량을 약포에 개별 포장하는 것)이 흔치 않다. 파우치 포장을 하는 제이브이엠 제품이 해외에서도 통하겠는가.
“해외에서는 파우치 포장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파우치 포장을 주로 하는 곳은 한국, 일본, 대만 정도다. 다른 나라에서는 약사가 약통을 통째로 주고 환자는 처방에 따라 약을 하나씩 꺼내 먹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에서도 파우치 포장이 더 편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그저 관행에 따라 약통을 통째로 줬던 것이기 때문에 파우치 포장에 대한 선호도가 확산되면 관행도 바뀔 것으로 본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굳어진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구권 일부 국가에 수출했는데 반응이 좋다. 유럽 최대 공장형 약국이 우리 회사의 ‘ATDPS-NSP’를 도입한 뒤 매우 만족하고 있다. ATDPS-NSP는 의약품을 자동 조제하고 올바르게 포장됐는지 검수까지 해주는 기기다. 이런 곳이 늘어나면 서구권에서도 파우치 자동 포장이 더 좋다는 인식이 점점 퍼질 것이다. 나중에는 이들 국가에서도 파우치 포장이 보편화될 것이다. 편리하고 경제적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해외 시장 상황은 어떤가.
“1970년대까지는 일본이 의약품 조제 자동화 시장을 석권했다. 우리는 후발주자였다.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꾸준히 기기를 개량했다. 예컨대 기기를 쓰다보면 내부에 약 가루가 쌓인다. 초창기에는 기기 분해가 안 돼 내부 청소가 어려웠다. 기기 내부를 청소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일본 업체들은 이런 요구에 귀기울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를 반영해 기기를 개량했다. 개량한 내용은 특허를 통해 보호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더 찾게 됐다. 지금은 일본을 빼고는 제이브이엠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여전히 일본 업체들이 잡고 있다.”
▷회사가 어려웠던 적은 없었나.
“일본 경쟁사들이 2000년대 들어 위협을 느끼고 특허권 침해 소송을 많이 냈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키코(KIKO) 사태’로 손해를 많이 입었다. 부채비율이 4000%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제품을 개량하며 시장의 문을 더 거세게 두드렸다. 그동안 우리 제품을 써보고 믿음을 갖게 된 병원과 약국의 신뢰도 도움이 됐다. 이런 정공법에 힘입어 회사는 다시 궤도에 올랐다. 유동성 위기가 해결됐다. 일본이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도 전부 승소했다.”
▷마약류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마약류를 다루는 병원·약국은 취급 과정을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산으로 보고해야 한다. 지금은 보고 누락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해주는 계도기간이다. 오는 6월이면 계도기간이 끝난다. 이때가 되면 제이브이엠의 의약품 관리 시스템 ‘인티팜’의 효용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 시스템 아래서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관련 의약품 접근이 원천 차단된다. 사후 추적관리도 용이하다. 큰 병원들은 이 시스템을 거의 다 도입했고 장기적으로는 개인병원으로도 확산될 것이다. 마약류 관리를 강화하는 흐름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도 인티팜 수요가 커질 것이다.”
▷최근 주력하는 연구개발(R&D) 분야는.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기기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파우치 안에서 알약 두 알이 정확하게 겹쳐 있다고 가정해보자. 육안으로 살피면 파우치의 두께와 빛 반사 등 여러 정황을 참고해 이를 잡아낼 수 있다. 그러나 기계가 화면으로 검수하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알약이 파우치에 들어 있는 수백만 가지 상황을 딥러닝으로 학습시키면 기기의 판단력을 개선할 수 있다. 기기의 오(誤)조제 검수 판단력을 능숙한 약사 수준으로 올리는 게 목표다.”
▷경영자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제이브이엠은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어 일본의 쟁쟁한 경쟁사를 다 물리쳤다. 기술력이 우수했던 덕분이고, 더 근본적으로는 기술 인재를 잘 키웠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기술 중시 전통을 잘 지켜나가고 더 강화하고 싶다. 내가 회사를 떠나도 이런 전통이 살아있도록 초석을 단단히 다질 것이다. 이런 인재 중심 철학이 모기업 한미약품의 진취적인 영업력과 결합하면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대구=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