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Fed 미스터리'…긴축중지 선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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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비둘기로 변신했나
"작년 12월엔 금리 2회 올릴 것"
지난달 FOMC 성명서엔 금리 이미 중립수준 암시
'점진적 추가인상' 문구 삭제
"향후 조정시 인내심 갖겠다" 명기
6주 사이 무슨 일 있었길래…
그레그 입 < WSJ 수석경제논설위원 >
"작년 12월엔 금리 2회 올릴 것"
지난달 FOMC 성명서엔 금리 이미 중립수준 암시
'점진적 추가인상' 문구 삭제
"향후 조정시 인내심 갖겠다" 명기
6주 사이 무슨 일 있었길래…
그레그 입 < WSJ 수석경제논설위원 >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은 잠깐 멈춘 게 아니라 완전히 끝난 것일 수 있다. 지난달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끌어낼 수 있는 가장 논리적인 결론은 그렇다.
Fed 성명서는 종종 그다음 금리 움직임이 오르는 쪽일지 내리는 쪽일지에 대한 방향을 알려주는 힌트를 포함한다. 이번엔 아무 힌트도 없었다. 파월은 “Fed가 향후 금리를 조정할 때 참을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파월은 Fed 이사진이 연 2.25~2.5%인 현재 기준금리를 올해 두 번 정도 올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그는 이 금리가 중립금리 예상치의 가장 하단에 있다고 평가했다. 중립 금리는 경기를 부양하지도 후퇴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촉발하지 않고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이끌어내는 이상적인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그런데 이번 동결 결정 이후 파월은 Fed가 ‘이미 중립금리 수준’이라고 암시했다. 그는 “우리의 정책 스탠스는 적정한 수준”이라며 “우리는 또 정책금리가 FOMC의 중립금리에 대한 예상 범위 내에 들어와 있음을 알고 있다”고 했다.
만약 실제로 Fed가 중립금리 수준을 달성했다고 한다면 이는 매우 중차대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중립금리 달성의 원인이 무엇이었는가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문제로 남아 있다. 지난 6주간 이런 전환을 정당화할 만한 무슨 변화가 있었던가?
파월은 몇 가지 요인을 언급했다. 중국과 서유럽에서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금융 여건은 긴축됐다(이것은 Fed가 긴축을 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도 미국 경제성장에 부담이 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무역 부문의 정책 불확실성도 언급됐다.
이런 요소들이 긴축을 잠시 중지(pause)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지만, 그게 미국 경기 둔화의 전조가 아닌 이상에야 완전한 긴축 중단(halt)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Fed가 미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보고 이렇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지난 12월에 너무 매파 성향으로 발언했다가 채권 및 금융시장을 혼란에 몰아넣은 것에 부담을 느끼고 파월이 비둘기 쪽으로 돌아선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그는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별다른 언급이 없어도 계속 감소하는) 자동운항” 상태라고 했다. 이건 Fed가 가리켜온 방향을 다시 한 번 반복한 것이다. 또 작년 한 해 동안 Fed가 해온 것이 바로 대차대조표 축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조한 투자자들은 파월이 (시장 목소리를 듣지 않는) 귀머거리라고 비판했다. 유감스럽다고 느낀 Fed는 지난달 30일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만약 파월이 ‘지나치게’ (작년 12월에 한 매파적인 발언을) 보상해 주려고 한다면 그건 실수다. Fed는 언제나 실제로 생각하는 것을 시장에 능숙하게 전달하곤 했다. 어떤 종류의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메시지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 이상을 해냈다. 만약 올해 경제가 Fed가 당초 예상한 대로 성장하고, Fed가 금리를 올려야 하며, 대차대조표 자동운항 상태로 축소를 지속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파월은 지금 스스로 의사 소통 문제를 만들어 낸 꼴이 된다.
만약 Fed가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현 금리로 중립금리 수준을 달성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야기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조정된 중립금리가 약 0.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과거의 중립금리 수준은 2% 정도로 여겨졌는데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주간 파월은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바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실업률이 물가상승률을 조만간 2% 수준으로 밀어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은 것으로 생각된다. 긴축을 재개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만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실질금리가 0.5% 위로 올라갈 경우 경제성장과 2% 물가상승률이 모두 위협을 받는다고 한다면, 이는 미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과거에 비해 취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이는 세계적인 현상인 듯하다. 세계 경제가 확장 국면에 들어선 2010년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은 4%를 넘어선 적이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확장 국면에서 4%대를 넘곤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주요 국가가 기준 금리를 아주 낮은 수준에서 묶어두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렇다.
이것이 Fed가 왜 긴축을 멈췄는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다. 그리고 이것은 (시장이 환호할 정도로) 그저 행복한 소식만은 아니다.
원제: The Fed’s Mysterious Pause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Fed 성명서는 종종 그다음 금리 움직임이 오르는 쪽일지 내리는 쪽일지에 대한 방향을 알려주는 힌트를 포함한다. 이번엔 아무 힌트도 없었다. 파월은 “Fed가 향후 금리를 조정할 때 참을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파월은 Fed 이사진이 연 2.25~2.5%인 현재 기준금리를 올해 두 번 정도 올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그는 이 금리가 중립금리 예상치의 가장 하단에 있다고 평가했다. 중립 금리는 경기를 부양하지도 후퇴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촉발하지 않고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이끌어내는 이상적인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그런데 이번 동결 결정 이후 파월은 Fed가 ‘이미 중립금리 수준’이라고 암시했다. 그는 “우리의 정책 스탠스는 적정한 수준”이라며 “우리는 또 정책금리가 FOMC의 중립금리에 대한 예상 범위 내에 들어와 있음을 알고 있다”고 했다.
만약 실제로 Fed가 중립금리 수준을 달성했다고 한다면 이는 매우 중차대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중립금리 달성의 원인이 무엇이었는가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문제로 남아 있다. 지난 6주간 이런 전환을 정당화할 만한 무슨 변화가 있었던가?
파월은 몇 가지 요인을 언급했다. 중국과 서유럽에서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금융 여건은 긴축됐다(이것은 Fed가 긴축을 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도 미국 경제성장에 부담이 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무역 부문의 정책 불확실성도 언급됐다.
이런 요소들이 긴축을 잠시 중지(pause)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지만, 그게 미국 경기 둔화의 전조가 아닌 이상에야 완전한 긴축 중단(halt)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Fed가 미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보고 이렇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지난 12월에 너무 매파 성향으로 발언했다가 채권 및 금융시장을 혼란에 몰아넣은 것에 부담을 느끼고 파월이 비둘기 쪽으로 돌아선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그는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별다른 언급이 없어도 계속 감소하는) 자동운항” 상태라고 했다. 이건 Fed가 가리켜온 방향을 다시 한 번 반복한 것이다. 또 작년 한 해 동안 Fed가 해온 것이 바로 대차대조표 축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조한 투자자들은 파월이 (시장 목소리를 듣지 않는) 귀머거리라고 비판했다. 유감스럽다고 느낀 Fed는 지난달 30일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만약 파월이 ‘지나치게’ (작년 12월에 한 매파적인 발언을) 보상해 주려고 한다면 그건 실수다. Fed는 언제나 실제로 생각하는 것을 시장에 능숙하게 전달하곤 했다. 어떤 종류의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메시지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 이상을 해냈다. 만약 올해 경제가 Fed가 당초 예상한 대로 성장하고, Fed가 금리를 올려야 하며, 대차대조표 자동운항 상태로 축소를 지속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파월은 지금 스스로 의사 소통 문제를 만들어 낸 꼴이 된다.
만약 Fed가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현 금리로 중립금리 수준을 달성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야기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조정된 중립금리가 약 0.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과거의 중립금리 수준은 2% 정도로 여겨졌는데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주간 파월은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바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실업률이 물가상승률을 조만간 2% 수준으로 밀어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은 것으로 생각된다. 긴축을 재개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만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실질금리가 0.5% 위로 올라갈 경우 경제성장과 2% 물가상승률이 모두 위협을 받는다고 한다면, 이는 미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과거에 비해 취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이는 세계적인 현상인 듯하다. 세계 경제가 확장 국면에 들어선 2010년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은 4%를 넘어선 적이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확장 국면에서 4%대를 넘곤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주요 국가가 기준 금리를 아주 낮은 수준에서 묶어두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렇다.
이것이 Fed가 왜 긴축을 멈췄는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다. 그리고 이것은 (시장이 환호할 정도로) 그저 행복한 소식만은 아니다.
원제: The Fed’s Mysterious Pause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