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중국서 또 불거진 의약품 파동…이번엔 에이즈 감염 면역치료 주사제 유통
중국에서 또 다시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번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바이러스에 오염된 면역치료 주사제가 유통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는데요. 지난해 7월 대형 민간 제약업체 창성바이오(長生生物)를 상장 폐지에 이르게 한 ‘가짜 백신’ 스캔들과 올해 1월 유통 기한이 지난 소아마비 백신 접종 사건이 발생한 데 이은 것이어서 중국 전역이 떠들썩합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과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상하이시 약품감독관리국 등은 지난 6일 상하이신싱(上海新興)의약이 생산한 일부 면역 글로불린 정맥 주사제가 에이즈 양성 반응을 나타내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글로불린 항체는 백혈병, 간염, 광견병 등이 야기하는 면역 결핍을 치료하기 위해 쓰이는 백혈구로 만듭니다.

국가위생위는 위챗을 통해 제품 번호가 ‘20180610Z’인 제품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미사용분을 긴급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이들 주사제를 사용하더라도 사전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거치기 때문에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하이 약품감독국이 해당 항체에 대해 에이즈 및 B형과 C형 간염 조사를 한 결과 음성반응이 나왔고 장시성에서 해당 항체를 접종했던 환자도 음성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문제의 제품은 유통 기한이 2021년 6월까지로 1만2226병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위생위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회사에 전문조사팀을 파견했습니다. 2000년 설립된 상하이신싱은 국유기업으로 중국 2위 혈액 제제(製劑)업체입니다. 2015년 3월에도 품질 문제로 상하이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앞서 장쑤(江蘇)성 진후(金湖)현 당국은 유통 기한이 지난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들의 부모들이 항의시위에 나서자 지난 1월 중순 관련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진후현 당국은 당시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조사 결과 145명의 어린이가 유통기한이 작년 12월로 끝난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OPV)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7월엔 중국 2위 제약회사인 지린(吉林)성의 창성바이오가 품질 미달의 DPT(디프레티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을 대량으로 유통한 혐의가 적발되면서 중국 전역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는데요. 당시 문제의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가 48만여 명에 달한다는 집계가 나오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가 직접 나서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중산층이 정부가 식품 안전과 공해, 보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민심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연이은 의약 스캔들로 공산당이 곤혹스런 처지에 몰리고 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