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중국과 일본 경쟁사들 곤경 예상
중국도 양대 조선사 합병 추진…"소유구조와 일자리 문제때문에 더디게 진행"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합병이 성사되면 세계 신규 선박 시장의 20%를 점유할 뿐 아니라,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시장에선 이보다 더 큰 몫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현지시간) 예상했다.
"현대중-대우조선 합병시 LNG운반선 시장서 최대 수혜자될 것"
두 조선소의 합병은 또 중국과 일본의 경쟁사들을 곤경에 빠뜨림으로써 이들 나라의 자국 조선소 지원 정책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국과 중국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서 조선업은 수십만 일자리가 걸린 산업이기 때문에 조선 불황기에도 해당국 정부는 구제금융을 쏟아붓거나 보조금을 통해 손실을 메워왔다.

그러나 LNG선 같은 첨단 선박에 대한 수요 증가와 내년 새로 발효하는 엄격한 해양오염 규제 덕분에 기존 노후 수송선을 대체하려는 신규 선박 주문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간 합병으로 태어나는 '거수'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망했다.

영국의 선박평가기관인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세계 LNG선 기존 발주 가운데 현대와 대우의 수주가 52%를 차지한다.

한국의 선박 총수주액은 314억 달러(35조3천억 원)이고, 합병을 추진 중인 중국국영 중국선박공업집단(CSSC)과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의 수주액은 총 152억 달러다.

일본의 2대 조선소인 이마바리와 오시마의 수주액은 합계 126억 달러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간 합병에 관여하는 한국 고위관계자는 "지난 5년간은 두 회사가 침몰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앞으로 세계 선박 주문, 특히 LNG선 같은 고부가 가치 선박 시장을 지배할 건조 능력을 갖추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한 척당 평균 1억7천500만 달러(2천억 원)인 LNG선은 다른 종류의 선박들에 비해 거의 2배의 이익을 안겨준다.

일반적인 벌크선 건조비는 대량 2천500만 달러선.
신문은 카타르가 발주 예정인 LNG선 60척 상당수를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할 가능성을 크게 보면서 "LNG선을 주문하려면 대우조선이나 현대중공업을 찾아간다"는 한 그리스 대형 선주의 말을 인용했다.

"앞으로 10년간은 LNG가 중추적인 에너지 역할을 할 것인데 한국 조선사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리스의 대형 선주들이 에너지 수송선을 발주할 때는 통상 에너지사들과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하지만, LNG선의 경우 미래 LNG 수요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거의 "투기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신문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간 합병이 올해 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중국의 조선산업관련 관리들은 이를 싫어하겠지만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해운규제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도 이미 승인한 CSSC와 CSIC간 합병을 서둘러야 할 처지가 됐으나 두 회사의 소유구조가 복잡한 데다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합병 완료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신문은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