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본사 있는 쿠퍼티노 시장 "장벽 짓겠다" 농담했다가 원성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쿠퍼티노의 시장이 교통난 해소를 위해 주변 도시로부터 돈을 받아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농담을 했다가 원성을 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쿠퍼티노의 스티븐 샤프 시장은 지난달 30일 한 시정연설에서 교통난 문제를 언급하며 쿠퍼티노 둘레에 장벽을 둘러친 지도를 담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꺼내 들었다.

샤프 시장은 "남쪽 국경을 따라 건설될 장벽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건설하려는 장벽을 에둘러 언급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이게 바로 쿠퍼티노 주변의 장벽이다.

새러토가나 다른 도시로부터 오는 자동차들 때문에 우리는 아주 큰 (교통)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제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샤프 시장은 "산호세가 장벽 비용을 대부분 지불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그건 우리 세금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 교통 문제에 크게 기여하는 새러토가도 일부 내놓게 될 것"이라고 농담했다.

애플 등 쿠퍼티노에 있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늘며 교통난이 극심해지자 주변 도시로부터 돈을 받아 장벽을 치고 통행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농담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가디언은 "적정 가격 주택의 옹호자들과 주변 도시의 지방의원들은 샤프 시장의 유머 감각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쿠퍼티노는 이미 IT 산업에서 나온 부(富)에 잠식당하면서 주변 도시들에게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맷 리건 '주택정책을 위한 베이 지역의회 경제연구소'의 수석부대표는 "쿠퍼티노는 3년 넘게 적정 가격의 주택을 짓기 위한 신규 허가를 한 건도 내주지 않았다"며 "이미 그들은 자기 도시 주변에 사실상 장벽을 쳤다"고 비판했다.

쿠퍼티노에서 살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진 데다 신규 주택 공급마저 중단해 이미 장벽을 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리건 부대표는 "애플 본사가 있는 데다 쿠퍼티노는 주택 건설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이 지역의 주택과 일자리 간 불균형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