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 몸은 싸우고 있다》는 인간 체내를 여행하며 방대한 면역체계 전반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과학서다. 면역계가 감기 바이러스에서부터 전염병 세균에 이르기까지 병원체들을 어떻게 알아채고 해치우는지를 알려준다. 질병은 어떻게 면역계를 속이고 약점을 파고드는지도 보여준다. 은유와 묘사, 내러티브를 자유롭게 구사해 면역계의 내부 세계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저자는 면역계의 중추인 호중구와 같은 선천성 킬러 세포, B세포와 T세포 등 후천성 킬러세포들을 핵심 경호부대로 지칭하고 그 특징을 살펴본다. 선천성 면역계는 불특정 다수의 일반적인 침입자들을 막지만, 후천성 면역계는 특정 감염병들을 종식시키는 주문형 암살을 담당한다.
최외곽 방어선이라 할 수 있는 피부와 눈물, 콧물, 귀지 등이 방어군 역할을 하는 법도 제시한다. 또한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유리한 면역질환, 임신과 면역체계의 지원 활동 등 성(性)과 면역계의 밀접한 관계도 살펴본다.
그러나 면역계가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자가 면역 질환’의 위험성도 경고한다. 면역계가 췌장을 공격해 못 쓰게 만들 때 1형 당뇨병이 발생하는 게 일례다. 자가 면역 질환의 반대편에 있는 면역 결핍증에 걸리면 경미한 감염조차 물리칠 수 없어 무균시험관에서 살아야만 한다. (캐서린 카버 지음, 양병찬 옮김, 현암사, 408쪽, 1만8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