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업 자사주 매입을 놓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좌파 성향의 정치인들이 “자사주 매입은 주주 배만 불린다”며 규제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기업인들은 “경제를 모르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트림탭스투자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들은 1조달러가 넘는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이는 2015년 781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최대 규모다.

커지는 美 자사주 매입 논쟁…"주주 배만 불려" vs "경제 문맹 같은 말"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자사주 매입은 결코 잘못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이 “자사주 매입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걸 두고 반박한 것이다.

블랭크페인 전 CEO는 “기업이 재투자 기회를 찾을 수 없을 때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게 된다”며 “돈은 사라지는 게 아니며 경제를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는 더 높은 성장 사업에 재투자되는데 그게 나쁜가”라고 했다. 이익을 본 주주들이 그 돈을 더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한다는 얘기다.

그러자 샌더스 의원은 트위터로 “돈은 사라지지 않고 부유층을 더욱 부유하게 한다”며 “그 대신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게 어떤가”라고 다시 반격했다. 앞서 슈머 의원과 샌더스 의원은 뉴욕타임스에 실은 ‘자사주 매입 전에 근로자부터’라는 공동기고문을 통해 “기업들이 이익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해 경영진과 주주 배만 불리고 있으며 부(富)의 불균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슈머 의원 등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오를 경우 경영진은 더 많은 보상을 받으며 전체 주식의 85%를 가진 상위 10% 부자만 더 부자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기업이 이익을 자사주 매입에만 투입하면 연구개발(R&D) 투자나 임금 인상 여력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간당 15달러의 최저임금 △더 많은 연금·의료 혜택 등 선제조건을 지키는 경우에만 기업이 자사주를 살 수 있게 규제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경영학계와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제한 움직임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계속 정치적으로만 좋게 들리는, 경제적 문맹 같은 법안들을 내는 게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 알파벳 시스코 등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하는 기업은 임금이 높고 막대한 투자를 하는 회사들”이라며 “근로자를 학대하고 회사의 장기 성장동력을 약화시킨다면 주가가 높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작년 8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R&D 지출 등은 자사주 매입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