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사이버 보안법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다음주 중국 베이징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만나 담판을 벌일 예정인 가운데 사이버 보안법이 이번 협상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美, 기업 검열하는 中 '사이버 보안법' 손본다
2017년 6월부터 시행된 사이버 보안법은 중국에서 개인 정보를 취급하는 기업에 대해 데이터 서버를 반드시 중국 내에 두도록 한 법이다. 중국은 지난달 30~3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에서 그동안 ‘국가 안보 문제여서 논의 불가’라고 했던 일부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이버 보안법이 새로 논의 대상에 포함된 의제 중 하나라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규모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직전인 지난해 5월 크게 8개 항목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여기엔 무역적자 축소, 중국 기업에만 유리한 무역정책과 보조금 지급 폐지, 기술 절도 및 지식재산권 탈취 문제 해결 등이 담겼다. 중국은 미국 요구를 142개 항목으로 세분화한 뒤 이 중 20%가량을 국가 안보상 논의 불가 항목으로 분류했다. 협상이 계속되면서 논의 불가 항목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지만 사이버 보안법은 여전히 미·중 간 이견이 큰 항목으로 꼽힌다.

이 법에 따르면 중국에서 중대한 정보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은 반드시 중국 내에 중요 정보를 저장하고 중국 정부가 요구하면 이를 제공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 인터넷 데이터를 해외에 저장하거나 반출하는 기업은 사업 허가를 취소당할 수 있다. 중국 정부에 의해 금지된 콘텐츠는 기업이 자체 검열을 통해 걸러내야 하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해킹 위협을 이유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사이버 보안법에 따라 애플은 작년 3월부터 중국 사용자의 아이클라우드 계정을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구이저우지역 데이터센터에 저장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계정의 암호 해제에 필요한 암호화 키도 중국 당국에 넘겼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9월 구이저우에 데이터센터를 세웠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보다 사이버 보안법이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지적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