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연구개발(R&D) 심의위원회를 기획재정부로 이관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두 부처가 해당 위원회를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초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신성장동력·원천기술심의위원회를 산업부에서 기재부로 이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7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돼 통과된 시행령 개정안은 ‘해당 위원회를 기재부와 산업부가 공동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이 맡았던 위원장을 기재부 세제실장으로 바꾸려던 것도 두 사람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수정됐다.

신성장동력·원천기술심의위는 기업이 신청한 연구개발비와 사업화 시설투자 금액이 신성장 분야 R&D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심의하는 곳이다. R&D 세액공제 대상이 되면 중소기업은 연구·인력개발비의 30~40%를, 대기업은 20~30%를 법인세에서 공제받는다.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위원회다.

기재부는 “R&D 비용 범위 등 세법 해석 사항을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산업부 소속 위원회에서 검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위원회를 기재부로 가져오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산업부가 반발했다. 산업부는 “해당 기술이 신성장 기술이냐, 정부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가치있는 기술이냐 등의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술심사는 산업부의 고유 업무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산업부 내에서는 “기재부 의도대로 되지 않도록 입법예고 기간에 시행령 내용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한 달간 실무진 회의 등을 통해 조율에 들어갔고 차관회의를 거쳐 두 부처가 위원회를 공동 운영하는 식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다만 산업부가 담당하던 ‘신성장 R&D 비용 해당 여부 심사’는 기재부 안대로 국세청이 맡기로 했다. ‘신성장 기술 및 사업화시설 해당 여부 심사’는 기재부와 산업부가 공동으로 한다.

기재부는 이날 세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사항에 관한 보도자료를 냈지만 ‘당초 입법예고한 것과 달리 신성장동력·원천기술심의위원회를 산업부와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관가에서는 “부처 간 갈등이 있었다는 걸 의식해서 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위원회 운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던 산업부에서는 공동 운영하게 된 것을 두고 “선방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처 갈등으로 비치는 게 부담스러웠던 기재부 역시 공동 운영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서민준/이태훈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