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등 독점기술력을 지닌 계열사와의 불가피한 거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던 정부 발표가 한 달 만에 백지화됐다. ‘경제활력’을 위해 세법에 예외 조항을 두기로 했다던 기획재정부의 지난달 발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발에 부딪혀 없던 일이 되고 만 것이다.

공정위의 월권적 개입과 기재부의 무(無)소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내부거래를 증여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편법 상속을 막는다는 취지로 2013년 도입됐지만, 불가피한 내부거래까지 범죄시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조차 제기돼온 터다. 증여세 과세를 피해 기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여러 부작용을 떠나, 내부거래를 전부 불공정 행위로 싸잡아 ‘일감 몰아주기’라는 딱지를 붙인 발상부터 부적절하다. 정당한지, 부당한지 판별하지 않고 내부거래 자체를 ‘사익 편취’ 등의 비경제적 용어를 동원해 범죄시하고 있어서다. 비밀 유지와 원가 절감 등을 위해 계열사를 수직계열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핵심 전략이다. 증여세 과세를 피해 회사나 지분을 매각하면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통째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편법 상속이나 불공정 내부거래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 경우 철저히 가려내 엄중처벌하는 것이 마땅한 대응이다. 정부가 일방적인 기준을 정하고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입법이다.

증여받은 소득이 없는데 증여로 의제하고 과세하는 데 대해 위헌 논란도 크다. 법인세, 배당소득세에 이어 증여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이중과세라는 지적이다. 공정위의 월권적 간섭에 기재부가 힘없이 밀린 것은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여실히 보여준다. 위헌적 법령 하나 못 고치면서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