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은 벤처에 또 하나의 규제"…"정부가 더 스마트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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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벤처기업 간담회
대통령 앞에서 쓴소리 쏟아 낸 벤처신화 주역들
'핀테크 규제' 투성이…외국투자자에 설명하기도 힘들어
'정책 불확실성'이 유니콘 기업 외자유치에 걸림돌
외국선 자국기업 보호하는데 국내선 되레 역차별 받아
대통령 앞에서 쓴소리 쏟아 낸 벤처신화 주역들
'핀테크 규제' 투성이…외국투자자에 설명하기도 힘들어
'정책 불확실성'이 유니콘 기업 외자유치에 걸림돌
외국선 자국기업 보호하는데 국내선 되레 역차별 받아
문재인 대통령이 7일 1세대 벤처기업인과 유니콘 기업 등 창업 벤처기업인 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한 것은 ‘혁신성장 드라이브’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7일 중소·벤처기업인과의 간담회가 중구난방식 민원 제기성 자리에 그쳐 실속이 없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날 행사는 ‘성공 DNA’가 있는 벤처기업인만 불러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등 1세대 벤처기업인들이 참석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 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은 한국형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을 대표해 자리했다.
“정부 지원책이 시장경제 왜곡 우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기업 현장에서 느끼거나 실제로 창업해보고 기업을 성장시켜 본 여러분 입장에서 볼 때는 아직도 (정부 정책이) 여러모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런 점들을 생생하게 들려주신다면 우리가 혁신성장을 추구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정책 건의를 요청했다.
지난달 간담회와 달리 이날 벤처기업인들은 작심한 듯 정부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택진 대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세 축으로 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가감없이 전달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 왜곡이 아닌가 우려하곤 했다”며 정부 지원과 시장 건강성의 균형을 조언했다. 외국 기업과 국내 벤처기업의 역차별 문제도 꺼내 들었다. 김 대표는 “다른 나라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해외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해진 네이버 GIO도 “글로벌 경쟁 기업들은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며 “인터넷망 사용 비용과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와 해외 기업에 법안이 동등히 적용되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국내 기업과 달리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벤처기업 투자에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김봉진 대표는 “국내 벤처캐피털이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면서 많은 정책펀드도 잘될 곳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창업주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또 하나의 규제”
벤처기업인들은 미래 성장산업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규제 완화를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서정선 회장은 “한국은 뛰어난 IT를 보유하는 등 좋은 환경을 가진 만큼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은 투명하게 운영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규제는 네거티브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승건 대표는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아 외국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며 “그들에겐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 보니 더욱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벤처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주 52시간 근로제가 또 다른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로의 취지는 알겠다”면서도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는 그것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한다”고 직언했다. 그러면서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곳에는 유연한 대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그걸 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이 너무 작다는 편견과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것 등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해진 GIO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1세대 벤처기업의 대형화에 따른 반기업정서 확대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과거 기업들의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있어 국민의식 속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잡은 듯하다”면서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투명 경영을 통해 성취를 이뤄내고 있는 만큼 반기업 정서는 빠른 시간 내 해소돼 나가리라 본다”고 답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이날 간담회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등 1세대 벤처기업인들이 참석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 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은 한국형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을 대표해 자리했다.
“정부 지원책이 시장경제 왜곡 우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기업 현장에서 느끼거나 실제로 창업해보고 기업을 성장시켜 본 여러분 입장에서 볼 때는 아직도 (정부 정책이) 여러모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런 점들을 생생하게 들려주신다면 우리가 혁신성장을 추구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정책 건의를 요청했다.
지난달 간담회와 달리 이날 벤처기업인들은 작심한 듯 정부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택진 대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세 축으로 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가감없이 전달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 왜곡이 아닌가 우려하곤 했다”며 정부 지원과 시장 건강성의 균형을 조언했다. 외국 기업과 국내 벤처기업의 역차별 문제도 꺼내 들었다. 김 대표는 “다른 나라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해외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해진 네이버 GIO도 “글로벌 경쟁 기업들은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며 “인터넷망 사용 비용과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와 해외 기업에 법안이 동등히 적용되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국내 기업과 달리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벤처기업 투자에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김봉진 대표는 “국내 벤처캐피털이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면서 많은 정책펀드도 잘될 곳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창업주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또 하나의 규제”
벤처기업인들은 미래 성장산업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규제 완화를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서정선 회장은 “한국은 뛰어난 IT를 보유하는 등 좋은 환경을 가진 만큼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은 투명하게 운영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규제는 네거티브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승건 대표는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아 외국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며 “그들에겐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 보니 더욱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벤처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주 52시간 근로제가 또 다른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로의 취지는 알겠다”면서도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는 그것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한다”고 직언했다. 그러면서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곳에는 유연한 대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그걸 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이 너무 작다는 편견과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것 등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해진 GIO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1세대 벤처기업의 대형화에 따른 반기업정서 확대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과거 기업들의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있어 국민의식 속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잡은 듯하다”면서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투명 경영을 통해 성취를 이뤄내고 있는 만큼 반기업 정서는 빠른 시간 내 해소돼 나가리라 본다”고 답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