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맡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틀 연속 평양에서 북측과 ‘끝장 담판’을 벌였다.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릴 정상회담 준비 시간이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회담 합의문 초안에 담길 북핵 폐기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놓고 초읽기에 몰린 양측이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북 간 막판 ‘밀고 당기기’

비건, 평양서 '끝장 담판'…이틀째 核폐기-상응조치 놓고 '밀당'
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당초 1박2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8일까지 평양에 머물며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미·북 협상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비건 대표가 이번 주말 한국에 오면 실무협상 결과를 설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의 북한 체류 일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실질적 조치들이 합의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합의문에 미국 측 ‘상응 조치’가 어느 정도 수위로 담길지다. 미국은 북한에 영변 핵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등 핵 관련 시설 폐기와 핵사찰 수용 등 비핵화 관련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 혹은 경제 분야 중심의 일부 해제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양측의 ‘밀고 당기기’가 쉽게 끝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은 인도적 대북지원 확대, 원유 및 정유제품 대북 공급 제한선 상향 조정 등을 제시할 전망이다. 우회적 제재 완화 차원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수교 전 단계로 연락사무소가 설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천식 전 통일부 장관은 “본격적으로 재선 준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성과’에 목말라하는 모습이 뚜렷하다”며 “실무협상 흐름이 북한에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다자협의체 구성도 주요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한이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9·19 군사합의서’를 주고받은 뒤 한반도에서 군사적으로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는 곳은 미·북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 구상을 제의한다면 유관국들로선 환영할 신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에선 북핵 폐기 회의론 여전

미국에선 북한 비핵화에 대해 트럼프 정부의 낙관론과 민주당 및 군부의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척 슈머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6일(현지시간) 2차 미·북 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 전망에 대해 “이것은 리얼리티 쇼도, 하룻밤에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슈머 대표는 이날 CNN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핵을 보유한 북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난 1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어떤 면에서 볼 때 전보다 많은 핵을 확보해왔다”고 강조했다.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보는 “북한은 비핵화 협상과 별개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연설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에 미사일 위협을 가하는 국가로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을 지목했다. 또 “북한이 활발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 개발 역량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방송에 출연,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미래의 길을 바꿔야 한다는 점, 경제 여건을 향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