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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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면회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비판적인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유 변호사는 7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에 전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거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방송 출연을) 말씀드렸고, 이를 허락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에서의 발언이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황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을 예우하지 않은 데 대해 서운한 감정이 있음을 시사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직후부터 허리가 안 좋으니 ‘책상과 의자를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교도소 측에 몇 번에 걸쳐 얘기했지만 반입이 안 됐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박 전 대통령의 수감생활을 잘 챙기지 않았다는 의미다. 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7월 21일 책상·의자가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황 전 총리가 지난달 2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까지는 모른다”고 한 것에도 섭섭함을 내비쳤다. 유 변호사는 “자신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고 국무총리로 임명한 그분이 수감생활을 하고 계신다”며 “그 수인번호가 인터넷에 뜨고 있는데도 그걸 몰랐다는 것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친박(친박근혜)이냐는 질문에는 “(인터뷰 발언의 맥락을 통해) 국민들께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유 변호사의 이날 발언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 맹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황 전 총리에게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 변호사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인 데다 그가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있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입당 직후부터 자연스레 ‘친박 주자’로 자리매김하려던 황 전 총리로선 구심점인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한 핵심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태극기 세력’은 황 전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황 전 총리가 탄핵 과정에서 기회주의자로 처신해 친박계의 맹주가 될 수 없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유 변호사의 발언이 황 전 총리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의도라기보다는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되는 경우를 상정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시각도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