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신성장 등 정부가 정한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하는 신성장동력·원천기술심의위원회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기재부는 당초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신성장동력·원천기술심의위를 산업부로부터 이관 받겠다고 발표했지만, 산업부가 강하게 반발하자 두 부처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수정됐다. 위원회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고민하기는커녕 ‘나눠먹기’로 결론 낸 정부 모습이 볼썽사납다.

R&D 투자가 신성장동력·원천기술심의위를 통해 세액공제 대상이 되면 중소기업은 연구·인력개발비의 30~40%를, 대기업은 20~30%를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기업의 R&D 투자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원회다. 이런 위원회가 기재부와 산업부라는 두 우산 밑에서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스럽다. 두 부처가 ‘신성장 기술 및 사업화시설 해당 여부 심사’를 놓고 입장이 엇갈리기라도 하면 위원회는 결정을 쉽게 못 내릴 것이고, 그 피해는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다. 신성장 R&D 투자를 신속히 결정해야 할 기업들이 기재부, 산업부를 찾아다니며 설득하느라 시간을 다 허비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산업부가 담당하던 ‘신성장 R&D 비용 해당 여부 심사’가 국세청으로 넘어간 점이다. 국세청이 R&D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이런 결정이 기업 R&D 투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따져 봤는지 의문이다. 앞으로 기업들이 신성장 R&D 비용을 두고 국세청에 일일이 소명을 해야 하거나, 자칫 밉보이는 일이라도 발생해 세무조사를 받지 않을지 공포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민간 R&D 투자가 위축될 건 불 보듯 뻔하다.

신성장 R&D 투자는 뒷전이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부처가 늘수록 기업은 더 힘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말이 R&D 세제지원이지, 규제와 다를 바 없다.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심사를 정부 부처로부터 독립된 전문가 집단에 맡기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