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다음주 CJ헬로를 인수하기로 한 가운데 8일 서울 한강로 LG유플러스 본사에서 한 직원이 일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LG유플러스가 다음주 CJ헬로를 인수하기로 한 가운데 8일 서울 한강로 LG유플러스 본사에서 한 직원이 일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사업을 하는 CJ헬로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유료방송업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KT와 SK텔레콤도 잇따라 유료방송사 인수합병(M&A)에 나설 전망이다.

유료방송은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으로 구분된다. 케이블TV 업체들이 통신 3사가 운영하는 IPTV에 급속히 흡수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LG, 인수 확정 땐 유료방송 2위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지난해 6월 말 LG가 오너 4세인 구광모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첫 대규모 투자라는 데 의미가 있다. 그룹 안팎에선 구 회장 체제의 LG가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인 (주)LG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홍범식 당시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를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전격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IPTV 사업(유플러스TV)을 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합산 점유율이 24.43%(작년 상반기 기준)에 이른다. SK텔레콤 계열의 SK브로드밴드(Btv, 13.97%)를 뛰어넘어 KT(올레tv)·KT스카이라이프(총 30.86%) 다음인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동안 LG유플러스의 움직임을 관망하던 KT와 SK텔레콤도 M&A에 본격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KT는 위성방송 사업체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케이블TV인 딜라이브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SK텔레콤도 특정 업체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케이블TV 업체 인수를 검토 중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4일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케일을 키워 다음 단계로 진화하기 위해 유료방송 M&A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티브로드, CMB, 현대HCN 등 대형 케이블TV 업체들이 모두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그만큼 연내 ‘빅딜’이 연달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관측했다.
LG發 유료방송 '지각변동'…KT·SKT도 속속 케이블TV 인수 나설듯
“규모의 경제 실현해 넷플릭스 대응”

통신사들이 케이블TV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은 IPTV 사업의 성장세 때문이다. 통신 3사의 ‘캐시카우’였던 이동통신 사업은 정체 상태다. 정부의 요금 인하 정책으로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높아지면서 통신 3사의 작년 3분기 이동통신 매출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은 네트워크 구축에만 당장 수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수익을 내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반면 통신 3사의 IPTV 사업 매출은 같은 기간 15.7% 늘었다. IPTV 출범 첫해인 2009년 2204억원에 불과했지만 2013년 1조125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IPTV 가입자도 지난해 상반기 1471만6575명으로 케이블TV(1398만4967명)를 처음 추월했다. 인터넷을 통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와 이동통신 요금과 연계한 결합할인 혜택이 주효했다.

IPTV 사업은 성장세지만 전체 유료방송 시장을 놓고 보면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작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195만여 명으로 전기 대비 58만여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상반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런 점에서 대형화 전략으로 생존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경쟁해야 하는 유료방송 업체로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확보할 수 있다. 통신사와 케이블TV 업체 간 이합집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합산규제 재도입은 KT에 불리

이합집산의 변수는 남아 있다. 당장 이번달 국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시작된다. 특정 기업 계열사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총합이 3분의 1(33.33%)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이 규제는 IPTV와 위성방송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KT를 겨냥하고 있다. 작년 6월 3년 기한이 끝나 일몰됐지만 지난달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재점화됐다. 위원회는 “KT스카이라이프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합산규제를 재도입하겠다”고 방향을 정했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사실상 KT의 딜라이브 인수는 불가능해진다. 작년 상반기 기준 점유율이 30.86%인 KT가 딜라이브(6.45%)를 인수하면 33.33%를 넘게 된다.

이승우/오상헌/이동훈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