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 양평군 쉐르빌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 의원연찬회에서 손학규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경기 양평군 쉐르빌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 의원연찬회에서 손학규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8일 “바른미래당은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선명한 개혁보수 정당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이날 경기 양평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보수도 진보도 아닌 모호한 입장으로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당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낡고 썩은 보수에 머문 자유한국당과 경쟁해 경제를 더욱 잘 챙기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는 강력한 야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이념 노선에 ‘진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유 전 대표는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설에 대해 “통합 내지 합당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2017년 가을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처음 제안했을 때 저는 지역주의 정당 또는 호남당이 되면 안 된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시 평화당과는 국가의 존망이 달린 외교·안보 문제에 생각 차이가 커 같은 정당을 하기 힘들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유 전 대표는 자신의 바른미래당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동안 당 공식 활동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해 지방선거 결과가 일방적 패배로 끝나 대표직에서 사퇴한 마당에 국가적 현안에 할 말은 많았지만 침묵하는 게 책임지는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앞으로는 만약 필요하다면 국가적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겠다”고 했다.

보수 대통합론에 대해서는 “보수가 힘을 합치는 부분은 바른미래당의 지지도와 관계없이 타당한 측면이 있다”며 “한국당 또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비판적인 정치 세력이나 시민단체와의 협력은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날 창당 1주년을 맞아 열린 바른미래당 연찬회에서는 당 정체성과 진로에 관한 내부 갈등이 그대로 표출됐다. 해외 출장 중인 이혜훈·신용현·이동섭 의원과 사실상 당 활동을 하지 않는 4명의 의원(박선숙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을 제외한 22명이 참여해 당의 미래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했다.

유 전 대표의 ‘개혁보수’ 주장에 박주선 김동철 이찬열 등 옛 국민의당 출신 중진의원들은 “이념논쟁은 더는 의미가 없다”고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의동 하태경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도 개혁보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당이 이념정당이 아닌, 정책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선 김동철 등 호남 의원들은 평화당과의 통합이 세력을 키우고, 지지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며 진지하게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