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게임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게임업계는 재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신작 출시가 지연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 넥슨 매각,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 장애 질병코드 도입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매각 대상으로 떠오른 넥슨을 제외한 게임업체 대부분이 전년 대비 20% 가량 줄어든 연매출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매출 1위 넷마블과 3위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2017년 매출 2조4248억원으로 업계 1위 자리에 오른 넷마블은 지난해 전년 대비 15% 감소한 매출 2조1000억원이 유력하다. 영업이익도 2017년 5096억원에서 지난해 2500억원으로 50%가 감소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 정도는 아니지만 매출이 줄었다. 리니지M에 힘입어 2017년 매출 1조7587억원을 거둔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년새 4% 줄어든 매출 1조7000억원이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5850억원(2017년)에서 지난해 6300억원으로 7% 성장이 유력하지만 매출이 줄어든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넥슨은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매출 2조2987억원(엔화 2349억엔). 영업익 8856억원(엔화 905억엔)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매출 2조5900억원, 영업익 1조2000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게임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매각 이슈에 휘말리면서 호실적은 무의미한 상황이다. 넥슨 인수 예비입찰일은 오는 21일이다.

중견 업체들도 비슷하다. 그나마 펄어비스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검은사막 모바일의 매출이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4분기 실적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게임빌, 컴투스,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전년 대비 10% 감소한 매출이 예상된다.

하위 업체들은 심각한 수준이다. 매출은 반토막났고 영업손실도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인력을 줄이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실적 반등은 쉽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형 업체들이 올해 다양한 신작을 앞세워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는데 한계가 따른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중국 판호 발급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내지만 현재와 같은 수익성 위주의 전략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차별화된 신작, 현지화 전략에 대한 주문만 있을 뿐 누구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작 효과로 올 상반기 실적 개선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상 한계가 뚜렷하다"며 "정점을 찍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 같다. 기존 게임의 수명을 연장하는 롱테일(Long Tail)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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