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가 모두 우리 주변에서 보는 빗자루, 신발, 페인트붓 등 캔버스나 흙이 아닌 일상 오브제를 가지고 설치하는 식의 작업을 하고 있다.관념적인 것이 아닌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노동’을 예술가이기에 '예술가의 노동'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권용주와 이정형은 '예술과 노동'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작품을 선보인다. 권용주작가는 광주비엔날레, 국립현대미술관, 두산아트센터 등 굵직한 전시와 기관에 초대돼 전시하면서 널리 알려져 있다. 작품설치 및 철수하는 '인부'로도 잘 알려져있다.
작품 전시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에 선택한 부업을 작품으로 소화해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 <만능벽>(2014)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다른 것을 얻기 위해 하는 부수적으로 행한 부업, 즉 노동을 본업인 예술작품으로 변용시키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교란시킨 작품이다. 이정형 작가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미술관 등 전시에 참여하며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권용주작가와 마찬가지로 설치 ‘업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석부작>(2016), <Casting>(2018) 등이 대표작이다. 전시 설치를 하며 나온 각종 쓰레기 등 부산물들을 작품으로 바꿔버린 <현장콜렉션>과 페인터(painter)라고 불리는 두 직종, ‘화가’와 ‘도장공’의 차이는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며 제작된 <페인터>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전시 중입니다>는 전시를 설치하며 나오는 부산물들이 전시되고, 전시를 설치하는 과정 자체가 작품으로 승화돼 얼핏 전시 같지 않게 느껴질 수 있기에 지어진 전시제목이다.
이 작품들은 엄연히 예술계가 용인한 예술이이다. 이보성 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감상하며 새로운 형식의 전시가 주는 생경함과 더불어 우리가 미처 잘 생각해보지 못하는 노동의 이면과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며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