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손꼽히는 달랏 사랑의 계곡은 신혼부부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손꼽히는 달랏 사랑의 계곡은 신혼부부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베트남 남부 소도시 달랏은 영원한 젊음을 꿈꾸게 하는 도시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신혼여행을 가장 가고 싶은 도시로 뽑힌 달랏은 '영원한 봄의 도시' '무지개의 도시' '동화의 도시' '꽃의 도시' '사랑의 도시'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곳은 신혼부부나 연인이 아니더라도 어린 시절 무지개를 보며 가슴이 뛰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하는 베트남의 보물 같은 도시다. '달랏'의 어원은 라틴어로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달랏은 33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11개의 호수를 비롯해 불교 사원, 자수박물관, 사랑의 계곡, 크레이지 하우스 등 볼거리로 넘친다.

다딴라 폭포에서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손꼽히는 달랏 사랑의 계곡은 신혼부부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손꼽히는 달랏 사랑의 계곡은 신혼부부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달랏 여행의 시작은 달랏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쑤언흐엉호수에서 시작된다. 둘레만 약 6㎞에 이르는 이곳은 1919년 프랑스 식민정부가 우기마다 발생하는 홍수를 막기 위해 댐을 건설해 조성한 인공호수로 1988년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뽑혔다. 호수 이름은 한자로 춘향(春香), 즉 ‘봄의 향기’다. 17세기 베트남 여류시인 호춘향(胡春香) 이름에서 따왔는데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다. 호수 주변엔 오래된 궁전, 불교 사원, 프랑스식 호텔, 골프장, 젊은이의 광장, 쇼핑센터, 레스토랑, 시장 등 모든 시설이 들어서 있다.

모험을 좋아한다면 다딴라 폭포를 꼭 들러야 한다. 시내에서 남쪽으로 5㎞ 떨어진 이곳에서는 알파인 롤러코스터, 케이블카, 죽음의 협곡 걷기, 밧줄 급류타기 등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모험은 급류타기다. 폭포 위에서 절벽 아래로 밧줄에 매달려 내려가는 급류타기는 아찔한 스릴을 즐기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다.

참족과 전쟁할 당시 군대가 다딴라 폭포 아래의 깊은 동굴에 숨어 피란한 뒤 적들을 물리쳤다고 한다. ‘나뭇잎들 또는 바위 아래에 숨겨진 물’이란 뜻의 다딴라가 됐다. 폭포까지 약 1㎞의 경사진 슬로프를 따라 루지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가면 자동센서로 앞사람과의 거리 제어는 물론이고 탑승자가 직접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조정할 수 있다. 폭포에 도착하면 정글 속에 들어온 듯 높이 20m의 웅장한 폭포가 물줄기를 가르고 마치 처녀의 치마폭처럼 여러 줄기로 갈라져 흘러내린다. 이들은 다시 아래에 모여 죽음의 협곡이란 깊은 구멍을 통과한 뒤 절벽을 따라 계속 흐른다. 폭포 근처에는 화살을 든 용감한 청년 크랑과 물을 따르는 호비앙 동상이 서 있어 이곳의 전설을 대신한다.

동화의 나라 구현한 크레이지하우스

달랏의 다양한 관광지 중 가장 이채로운 곳은 동화의 집인 크레이지하우스다. 창조성이 강조된 이 콘크리트 건축물은 자연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초현실적인 작품이다. 크레이지하우스의 건축가 당비엣응아는 베트남의 두 번째 대통령 쯔엉찐의 둘째 딸로 모스크바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원래 크레이지하우스는 고아원이었다. 고아들이 현실의 벽을 넘어 자연과 교감하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계획이었지만 정부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는 기존 건축의 틀을 깬 방식의 건축물을 선보였다. 썩어 무너질 듯 거대한 나무, 기괴한 용암동굴, 소라, 얼기설기 엮인 나뭇가지들이 집을 이뤘고 아직도 집은 미완성인 채 남아 있다. 10개의 방은 게스트하우스로 사용 중이며 방마다 각각의 콘셉트를 갖추고 있다.

크레이지하우스가 현대적인 건축물이라면 꾸란 민속마을은 전통의 향기가 오롯이 느껴지는 곳이다. 달랏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 있는 꾸란 민속마을은 거허족의 분파인 락족의 고유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민속촌이다. 베트남의 54개 민족 중 럼동성 고원지대에 사는 거허족은 고유 언어인 몬크메르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독특한 문화를 지키며 산다. 거허족은 전통적으로 모계사회다. 아이들은 어머니 성을 따르고 여성이 남편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락족은 달랏의 토착민으로 달랏이란 지명도 ‘락족 사람들의 강’에서 유래했다. 꾸란은 ‘어리석다’의 현지 언어다. 시골생활이 싫다고 떠난 연인을 위해 남편은 주위의 어리석다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혼자 힘으로 호수와 집을 지었다. 연인은 소문을 듣고 마을로 돌아와 두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서 엣 소련제 지프를 타고 작은 시내를 건너고 거친 자갈길을 10분 정도 달리다 보면 산자락에 아늑하게 안겨 있는 민속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곳엔 락족이 살던 그대로 가옥들이 잘 보존돼 있다.

전통의 향기 가득한 XQ 자수박물관과 기차역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으로 손꼽히는 달랏역은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가장 오래된 기차역이자 유일한 증기기관차가 있는 역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주변 풍경이 이채롭고 고풍스러워 신랑신부의 웨딩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달랏에 기차역이 생긴 이유는 베트남을 식민지로 지배하던 프랑스가 당시 수도였던 사이공과 가까운 거리에 여름피서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철로가 달랏까지 높은 산맥의 봉우리를 통과해야 했기에 1908년 스위스의 톱니바퀴 양식을 도입해 철도를 놨고, 1932년부터 6년에 걸쳐 프랑스 식민정부가 기차역을 건설했다. 기차역은 랑비엥의 세 개 산봉우리를 형상화해 한 프랑스 건축가가 아르데코 양식으로 설계했다. 호찌민에서 달랏까지 84㎞의 철로공사를 시작으로 기차역 완성까지는 30년이란 세월이 걸린 셈이다.

이 기차역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동안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정부는 1975년부터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현재는 달랏역에서 린푸옥 불교 사원이 있는 짜이맛역까지 8㎞를 운행 중이다. 이곳에서 낡은 증기기관차를 타고 20분을 천천히 달려 짜이맛역까지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의 맛’을 찾는 관광객들이다.

시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여행지는 XQ 달랏 자수박물관이다. 베트남의 예술혼이 깃든 XQ 달랏 자수박물관은 여성이나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인기 장소다. 베트남 여성들의 손 끝에서 탄생한 자수는 베트남의 전통과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고풍스러운 후에 고대왕조의 전통문화를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매년 음력 6월 12일은 음악, 시, 그림, 노래 등 각종 공연과 축제가 이곳에서 펼쳐진다.

이 박물관은 XQ 달랏의 소유다. 이 회사는 베트남 고대왕조의 자수예술을 전승하는 대표회사다. 1992년 자수 명인인 호앙티수엉이 자수 기능인들을 양성하기 위해 직업학교를 개설한 후 1994년 20명의 기능인을 모아 협동조합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이 회사는 달랏을 기반으로 하노이, 후에, 다낭, 나트랑, 호찌민 등에 진출해 약 3000명의 자수 기능인을 양성하며 베트남 전통 자수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폐품 재활용의 대명사, 화려한 린푸옥 사원

달랏 중심에 있는 랑비앙 산은 해발 2167m로 달랏 전체를 조망하기엔 가장 좋은 장소이자 베트남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픈 사연이 깃든 곳이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달랏에서 북쪽으로 12㎞ 떨어진 곳에 있다. 지프를 타고 빽빽한 리기다소나무숲을 구불구불 올라 정상에 오르면 360도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깡총 뛰어오르면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뭉게구름, 어머니의 치맛자락처럼 마을을 휘감고 있는 부드러운 산맥 능선들, 구불구불한 시골길, 그리고 거대한 호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자기와 병을 재활용해 지은 린푸옥 사원.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자기와 병을 재활용해 지은 린푸옥 사원.
산 정상에는 크랑과 호비앙의 동상이 서로 애틋한 몸짓으로 바라보고 있다. 크랑이 사나운 늑대 무리로부터 처녀 호비앙을 구하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연인은 서로 다른 부족 출신이라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히고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사람은 자신의 부족을 떠나 랑비앙 산에 들어와 함께 살지만 호비앙이 병에 걸려 살 가망이 없자 크랑이 호비앙 부족에게 돌아가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크랑을 죽이기 위해 독화살을 쏘고, 그 화살에 호비앙이 맞아 죽는다. 크랑은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 눈물이 오늘날 단키아라 불리는 거대한 시내를 이뤘다고 한다.

랑비앙산에서 약 22㎞ 떨어진 곳에 있는 린푸옥사원은 거대한 용이 미륵불을 떠받치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사원에는 37m나 되는 7층탑이 있는데 깨진 도자기와 병을 재활용해 지은 세계 유일한 사원이다. 사원에 들어서면 쓰레기로 만들었다는 고정관념은 사라지고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에 압도당한다. 이 사원은 지역 불교신자들의 기부금으로 1952년 완성됐고 1990년 재건됐다. 사원에 들어서면 가장 생동감 넘치는 조각은 미륵불을 받치고 있는 49m 길이의 용이다. 용의 지느러미 장식을 위해서만 맥주병 1만2000개가 사용됐다.

1998년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뽑힌 사랑의 계곡도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달랏 중심에서 약 6㎞ 북동쪽에 있는 이곳은 신혼부부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다. 연인들의 사랑을 이미지화한 조형물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무지개처럼 화려한 오색의 꽃밭들이 곳곳에 있다. 사랑의 계곡에는 테마공원이 넓게 분포돼 있다. 트램을 타고 다티엔 호수 건너편 언덕에 올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분재공원을 둘러보거나 에펠탑, 자유여신상, 예수상, 페트라 등 세계의 유명 건축물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테마공원도 둘러볼 수 있다. 승마를 하며 소나무 숲을 다녀도 좋고 천천히 숲속을 거닐며 연인끼리 사랑을 속삭여도 좋다. 호수에도 ‘LOVE’를 상징하는 볼거리들을 만들어 놓아 사진을 찍는 스폿도 많다. 호수에서 카누나 오리배 자전거를 타며 둘만의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 딱 좋다.

달랏=글·사진 정명희 여행작가 accuchung@hanmail.net

여행정보

비엣젯항공이 무안~달랏 편을 부정기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인천~호치민으로 가서 비엣젯항공 국내선을 갈아타고 가도 된다. 호치민에는 기차나 버스가 있어서 달랏까지는 쉽게 닿을 수 있다. 달랏은 겨울에도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여름에는 25도를 넘어가지 않는 천혜의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아라비카 커피, 고랭지 작물, 각종 꽃이 만발한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