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 안타까운 희생으로 산안법 개정·비정규직 정규직화 성과
전문가들 "산안법 미흡·제3기관 통한 정규직화 아쉬워"
故김용균씨 장례 두달 만에 마무리…'위험의 외주화' 제동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 씨의 장례가 지난 9일 마무리되며 김 씨의 사망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번 사태가 일단락됐다.

유족과 노동·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그동안 김 씨의 장례를 미뤄왔다.

김 씨의 희생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안전을 외면하고 효율만을 내세워 진행돼온 '공공분야 민영화', '위험의 외주화'의 흐름을 바꾸는 출발점이 됐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5일 김 씨 사망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를 공공기관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조속히 매듭짓기로 했다.

5개 발전사의 정규직 전환 대상 업무를 통합한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해당 업무 근로자를 고용하는 방식이다.

정규직 전환방식과 임금산정, 근로조건 등 구체적 사항은 5개 발전사의 노·사·전(노동자·사용자·전문가) 통합협의체를 통해 논의할 예정이다.

시민대책위는 반복되는 산재를 막기 위한 근본대책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해왔다.

또 28년 만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면 개정을 끌어낸 것도 김 씨의 희생으로 가능했다.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린 산안법 개정안은 위험성·유해성이 높은 작업의 사내 도급 금지와 안전조치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故김용균씨 장례 두달 만에 마무리…'위험의 외주화' 제동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용균 씨의 죽음은 노동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도록 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면서 "다만 당정 합의가 직고용에서 한 발짝 후퇴한 셈이라 아쉽다"고 평가했다.

하 교수는 "실제 서울 지하철의 경우 구의역 사망사고 이후로 정비 분야에 대한 직고용이 이뤄져 고장 발생 건수 자체가 줄었다"며 "직접고용이 비정규직 노동자 개인의 삶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도 이롭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선택인데도 마치 넘을 수 없는 산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도 "산업 안전분야는 산재로 인한 인명 손실과 차별적인 시스템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과연 외주화가 경제적으로도 원청 입장에서 그렇게 이득이 되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청이 가져가는 이윤, 관리비, 중복투자 등으로 새나가는 비용이 많다"며 "직접고용이 기업 입장에서도 효율적인 측면이 크다"고 부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최소한 정부 개입이 가능한 공공부문에서는 직접고용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의 김용균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관해 알리게 된 것만으로도 성과"라며 "앞으로 진상규명위 활동을 통해 노동자들이 어떻게 죽음으로 내몰렸는지 규명할 수 있게 된 것도 정말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하지만 이걸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중대 재해기업처벌법, 기업 살인처벌법, 위험의 외주화 금지 특별법 등을 만들어나가는 등 추가 입법을 통해 산업법 개정안의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